물에 비친 풍경은 고요하다. 사실 고요해야만 물은 풍경을 비춰줄 수 있다. 바람이 조금만 흔들어도 물속의 풍경은 여지 없이 흔들린다. 우리는 우리를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물의 고요를 들여다본다. 그리하여 물에 비친 풍경은 뜻밖의 사실을 우리에게 속삭인다. 우리가 우리들 자신을 들여다 보려면 마음의 고요가 필요해라는 속삭임이다. 번잡한 도시를 떠나 조용한 산사를 찾아야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우리가 보일 수도 있다. 속세를 떠나 세상과 인연 끊고 산속에 묻혀 사는 스님의 눈에 우리가 가장 선명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들이 세상을 가장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마음의 고요를 갖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