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과 고추모

Photo by Kim Dong Won
2023년 5월 3일 서울 마곡동에서

화분에 심어진 것은 모두 고추모였다. 밭에 꽃을 심으면 밭은 꽃밭이 된다. 밭은 심어진 것으로 이름이 바뀌는 운명을 산다. 감자를 심으면 감자밭이 되고, 고구마를 심으면 고구마밭이 된다. 그러나 화분의 이름은 그곳에 무엇이 심어져도 흔들림이 없이 언제나 화분이다. 심어진 모든 것을 꽃으로 품어주겠다는 굳은 심지가 화분에 있다. 그러니 나중에 고추모가 자라 자신은 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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