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나이

Photo by Kim Dong Won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우리는 한해 두해 나이를 먹지만
나무는 빙글빙글 나이를 먹는다.
그러니 나무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어지러울 거다.
나무가 한자리에 깊이 뿌리를 내리는 것도
알고 보면 그 어지러움을 이기기 위해서 일거다.
우리야 손에 꼽아보면 제 나이쯤 언제든지 알 수 있고,
또 서너 살 쯤 깎거나 올려서 남들에게 알려주곤 하지만
나무는 제 나이를 제 속 깊이 꽁꽁 숨겨두기 때문에
나무의 나이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제 삶을 송두리째 도려내고서야 나무는
제 나이를 남에게 말해줄 수 있다.
그러니 아무리 궁금하더라도
나무에게 나이를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건 나무에게 삶을 내놓으라는 것이나 진배없다.
이제 나도 또 한 살을 먹는다.
언제부터인가 나이를 먹을 때마다
나도 나무처럼 나이를 내 속으로 꽁꽁 숨겨두고 싶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아무에게도 나이를 묻지 않고,
또 누가 내 나이를 물어도 대답해 주지 않을 거다.

Photo by Kim Dong Won
길동의 한식집 <마드레>에서

3 thoughts on “나무의 나이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