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해 두해 나이를 먹지만
나무는 빙글빙글 나이를 먹는다.
그러니 나무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어지러울 거다.
나무가 한자리에 깊이 뿌리를 내리는 것도
알고 보면 그 어지러움을 이기기 위해서 일거다.
우리야 손에 꼽아보면 제 나이쯤 언제든지 알 수 있고,
또 서너 살 쯤 깎거나 올려서 남들에게 알려주곤 하지만
나무는 제 나이를 제 속 깊이 꽁꽁 숨겨두기 때문에
나무의 나이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제 삶을 송두리째 도려내고서야 나무는
제 나이를 남에게 말해줄 수 있다.
그러니 아무리 궁금하더라도
나무에게 나이를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건 나무에게 삶을 내놓으라는 것이나 진배없다.
이제 나도 또 한 살을 먹는다.
언제부터인가 나이를 먹을 때마다
나도 나무처럼 나이를 내 속으로 꽁꽁 숨겨두고 싶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아무에게도 나이를 묻지 않고,
또 누가 내 나이를 물어도 대답해 주지 않을 거다.
3 thoughts on “나무의 나이”
나무의 나이가 뭔지 모르겠어요
말 그대로. 나무의 나이는 나이테로 알 수 있는데 그걸 알려면 나무를 잘라보아야 한다는 얘기인데…
동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