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죄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7월 28일 강화 선원사지의 길가에서


난 담배예요.
당신이 피우다가 휙 버리면서
이렇게 길가는 물론이고 아무 곳으로나 버림받고 말죠.
하지만 나는 버림받아도 싼 죄많은 몸이예요.
난 세 가지 큰 죄를 갖고 있죠.
알다시피 난 건강에 좋지를 않아요.
피우는 사람만 건강에 좋질 않은게 아니라
피우는 사람의 옆사람 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미쳐요.
난 매일 당신의 건강을 야금야금 좀먹고 있어요.
이게 나의 가장 큰 죄예요.
다음으로 난 세상을 지저분하게 만들어요.
이렇게 버려지면 다들 사람들이
온통 담배 꽁초로 세상이 더럽다고 눈살을 찌푸리죠.
이렇게 담배 꽁초로 세상을 쓰레기장으로 만든 게
나의 두번째 죄예요.
담배 꽁초는 어쩌다 큰불로 번지기도 해요.
그럼 산도 태우고 집도 태워버리죠.
그 손해는 사람들의 열손가락을 하나하나 꼽을 때마다
그 단위를 백만이나 천만으로 세어가야 할 정도로
눈덩이처럼 엄청난 액수로 불어나기도 해요.
이렇게 나는 얼핏 손에 꼽아 보아도
세 가지 큰 죄를 지은 죄많은 몸이예요.
그러니 버림받아 싼 몸이죠.
나는 이렇게 나를 버린 당신을 얼마든지 이해해요.
그러니 나를 버린 당신,
이 참에 아예 나와의 인연을 영원히 끊어 버리세요.
이번으로 나를 영원히 버려 버리세요.

(금연 캠페인을 위한 공익광고입니다.
보건복지부와는 아무 상관없이 만들었습니다.)

4 thoughts on “버림받은 죄

    1. 오늘 이상한 날이네요.
      날은 훤한데 주기적으로 비가 내리고 있어요.
      벌써 오늘 굵은 줄기로 다섯 번은 넘게 내리는 것 같아요.

  1. 질긴 인연인가 봅니다. 미운정이 들었나봅니다. 안보이면 서운하고 있으면 구박하며 지낸 세월이 내 인생의 절반이 넘어 가네요.

    1. 후후, 안보이면 서운하고, 있으면 구박하고… 맞는 말인 걸요.
      누군가 담배를 가리켜 백해일익은 하다고 하기도 하던데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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