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빼앗으려는 권력에 대한 항거 – 이소선합창단의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추모문화제 공연

Photo by Kim Dong Won
2023년 6월 8일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추모문화제 공연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앞

이소선합창단은 2023년 6월 8일 수요일 광화문의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추모문화제에 함께 했다. 추모제는 매일 열리고 있다. 이소선합창단은 매주 목요일에 집회에 함께 하고 있다. 이번이 다섯 번째 참가이다.
갈 때마다 검찰을 동원한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건설 노조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의 죽음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때면 떠오르는 것은 일제의 병탄으로 나라를 잃었던 시절의 설움이다. 나라를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영토를 빼앗기는 일이 아니다. 우리의 말을 빼앗기고, 문화를 빼앗기고, 영혼을 빼앗기는 일이었음을 식민지 시대의 역사가 증명한다. 나라를 빼앗긴다는 것은 땅을 잃는 일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것을 잃는 일이었다.
한 노동자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노조는 단순히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이익집단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 노동자가 필수적으로 가져야할 권리이다. 그 권리아래 노동자가 모여 활동할 때 비로소 인간으로서의 노동자가 가능해진다. 노조를 탄압한다는 것은 노동자에게서 인간을 빼앗으려는 행위이다. 그것은 노동자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는 행위이다. 목숨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어진다.
살아있는 노동자들이 그의 죽음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합창단은 모두 세 곡의 노래에 노동자의 뜻을 담았다. 첫 곡은 소프라노 최선이가 홀로 불렀다. <전태일, 민중의 나라> 였다. 노래는 오래전 분신한 전태일을 노래했지만 그 전태일은 오늘의 양회동과 이어져 있다. 노래는 “너의 죽음으로 더욱 아름다워진 저 푸른 하늘을 보아라 가슴 벅찬 세상 보아라”라고 시작된다. 그 죽음은 노동자의 이름 아래 인간을 찾기 위한 항거였다. 어찌 아름답지 않으랴. 그 항거로 비로소 인간의 이름으로 푸른 하늘을 호흡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 노래는 그런 나라를 가리켜 “민중의 나라”라 했다. 윤석열 정권은 단순히 건설 노조를 탄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노래는 그들이 민중의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으려 하는 것이며, 그것이 노동자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합창단의 두 번째 곡은 <다시 또 다시> 였다. 노래는 <밟혀도 다시 일어서라 솟구쳐 일어서라> 말한다. 일어서라 했지만 우리는 안다. 노동자들이 일어서리란 예언이기도 하다는 것을. 노동으로 다져진 그들의 끈질긴 생명력은 매일 광화문 길거리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노동자들 자체가 증명하고 있다. 노래가 말했다. 한 죽음이 불러온 이 아름다운 항거는 “우리들의 분노가 멈출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우리는 또 이 항거가 불러올 그날을 알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쫓겨나고 노동자들이 다시 인간의 이름 아래 노동을 되찾는 날이다.
마지막 노래는 <동지를 위하여> 였다. 노래는 남자들의 중저음으로 시작되고 여자들의 목소리가 보태어져 동지를 찾아간다. 그리하여 우리는 만나게 된다. “머물 수 없는 그리움으로 살아오는 동지”이다. 그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지만 노래는 그가 이 세상 어디에나 있어 “피투성이 비구름”과 “진달래 타는 언덕”의 어디에나 그가 있다고 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비가 내렸다. 동지는 수많은 빗방울로 세상을 적셨다. 맞을 만했다. 때로 동지는 노래를 불러 동지를 만날 때 때를 맞춘 빗줄기로 우리에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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