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나는 유월의 노래 – 이소선합창단의 6월 민주항쟁 36주년 시민음악회 공연

Photo by Kim Dong Won
2023년 6월 10일 6월 민주항쟁 36주년 시민음악회 공연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

이소선합창단은 2023년 6월 10일 토요일 6월 민주항쟁 36주년 시민음악회의 자리에서 노래로 시민들과 함께 했다. 음악회는 오후 1시에 종로5가에 있는 한국기독교회관 2층의 조에홀에서 있었다. 합창단은 12시에 일찍 모여 리허설 시간을 가졌다. 지휘자 임정현은 테너의 목소리가 너무 뻣뻣하다며 부드럽게 여성의 목소리를 감싸주듯이 부르라고 했다. 뻣뻣하다는 것이 남성답다는 생각은 노래의 세상에선 의미없는 것이었다. 노래의 세상이 더 좋은 세상 같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기도 했다.
이소선합창단의 노래는 <유월의 노래>로 시작되었다. 노래는 우리를 모두 그 해의 유월로 데려간다. 노래는 그해 유월의 우리에게는 오직 ‘맨주먹’ 밖에 없었지만 “너와 나 손맞잡은 우리”가 되어 전진했고, 그 전진의 끝에서 “민주와 해방의 나라 이뤘다”고 했다. 더 놀라운 것은 나라가 다시 독재의 시절로 회귀하려고 하는 요즘, 그해의 유월이 “되살아오는 유월”로 우리는 찾아와 우리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노래 속의 유월은 오래 전의 유월이 아니라 오늘 다시 살아나 우리 곁에 선 유월이었다. 노래의 맞은 편에는 쫓아내야할 정권으로 윤석열 정권이 있었다. 노래가 끝나자 객석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로 호응했다.
두 번째 곡은 <동지를 위하여> 였다. 유월은 그해 유월의 동지는 물론이고 민주화 과정에서 스러진 모든 목숨들을 그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오늘에 살려낸다. 그 순간 “머물 수 없는 그리움으로 살아오는 동지”가 오늘의 유월에 우리 곁에 함께 선다. 그리하여 먼저간 동지와 오늘의 사람들이 “터진 물줄기” 되어 “해방의 거리”로 함께 간다. 유월이 다시 살고 동지가 다시 사는 오늘이 된다.
세 번째 곡은 <그날이 오면>이었다. 이제 노래가 그날을 꿈꾼다. 그 꿈은 “드넓은 평화의 바다에 정의의 물결 넘치는 꿈”으로 채워져 있다. 노래는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라 말한다. 노래를 듣는 객석은 나이든 사람도 있고 젊은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잠시 나이는 사라진다. 그날을 꿈꾸고 싸워서 그날을 맞이할 사람들에게 그날은 우리 모두를 젊은 날로 데려다주는 마법같은 날이다. 나이는 없고 모두가 헛되지 않을 꿈을 위하여 다시 오늘에 서는 젊음들이 된다.
네 번째 곡은 <상록수> 였다. 노래는 그날로부터 이어진다.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 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른 소나무는 알고 보면 그날의 꿈이다. 객석을 채운 사람들,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모두가 그날의 꿈을 가진 사람들이다. 음악회의 사람들이 온통 푸르다. 유월은 나무들의 초록이 더욱 진해지는 계절이다. 그날에 대한 꿈도 더욱 푸른 빛이 짙어진다.
다섯 번째 마지막 곡은 <선언>이었다. 노래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누군가 목숨을 내놓으며 싸워 이룩하려 한 세상이 그 죽음의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래는 “죽음 그 너머 저편에 찬란한 참인간의 세상”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투쟁과 건설과 희망과 내일이 피어나는 곳”이다. 산자들이 그 땅에 이르면 죽음도 없다. 죽음이 살고자 한 세상을 산자들이 살게 되었을 때 미리 그곳에 간 죽은 자들의 기쁨 또한 그 세상에 함께 하기 때문이다. 기쁨은 그래서 배가 된다. 노래가 합창단의 목소리를 모두 모아 “가자 가자” 했다. “참자유 평화 참평등 위한 새 세상”으로 가자 했다. 그곳으로 가서 “이제 우리 이 무너진 세상 다시 건설하리라” 했다. 유월이 다시 그 걸음을 떼고 있었다.
앵콜이 나왔다. 무대를 나온 이소선합창단은 다시 무대로 들어가야 했다. 앵콜로 부른 곡은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 였다. 이제 노래는 “단결의 깃발”을 앞세우고 행진하기 시작한다. “수천의 외침 큰 파도로 일어나”는 행진이다. “우리는 우리는 끝내 승리하리라” 단언하며 노래가 주먹을 불끈쥐었다.
음악회에 이어 시민기념식이 있었다. 합창단은 기념식이 끝날 때까지 바깥에서 기다렸다. 식장이 좁아 합창단이 들어갈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6월 10일날, 여러 곳에서 6월 항쟁 기념 집회가 있었다고 한다. 서울의 모든 곳이 유월의 그날이었다.

2 thoughts on “다시 살아나는 유월의 노래 – 이소선합창단의 6월 민주항쟁 36주년 시민음악회 공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