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 합창단은 2018년 7월 4일 수요일, 강남역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을 세상에 알리고 노동자의 건강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결성된 단체 반올림의 삼성앞 농성 1000일 맞이 집회에 함께 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소선 합창단은 두 곡의 노래를 불렀다. 첫 노래는 <이름>이었다. 노래는 그 이름의 주인공이 바로 집회에 모인 노동자라고 했다. 두번째 노래는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 였다.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자 노동자들은 노래 속의 승리를 곧바로 확정지었다. 노래 앞의 모두가 단결된 하나였기 때문이다.
강남역의 건물들은 마치 하늘마저 차지하겠다는 듯이 아득하게 높이를 높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소선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자 건물과 건물 사이의 빈공간에 노래가 가득찼다. 건물들이 없었다면 노래는 허공으로 흩어졌을 것이다. 건물들의 무한한 욕심으로도 건드리지 못한 빈공간은 잠시 합창단이 부르는 노래의 차지가 되었다. 그러나 노래는 노래를 부르는 동안만 그 공간을 차지했다. 합창단이 노래를 채우고 있는 동안, 그 빈공간은 바깥의 실내였다. 노래는 건물들 사이의 빈공간을 실내로 만들었다. 합창단은 공간은 그렇게 노래를 부르는 동안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고 노래하는 듯 했다.
반올림은 와서 노래로 함께 해준 이소선 합창단에 감사했고, 이소선 합창단은 길고 오랜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온 반올림에 감사했다. 감사와 감사가 만나는 연대의 자리였다.
집회가 진행되는 중에 잠시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사람들은 대개 무지개에서 희망을 읽는다. 하지만 오늘의 자리에선 거꾸로인 듯 했다. 건물들 위로 내걸린 무지개는 마치 지상의 희망을 내려다 보려고 고개를 뺀 하늘의 마음 같았다. 하늘은 때로 지상에 모인 노동자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며 노래부르는 합창단이 세상의 진정한 희망이란 것을 알리기 위해 무지개를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