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합창단은 2018년 7월 31일 화요일, 박종철의 아버지 박정기 선생님을 보내는 노제에 함께 했다. 노제는 시청앞의 서울광장에서 있었다. 노제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거대한 구름이 태양을 가려주었으나 노제가 시작되자 태양은 구름을 헤치고 나와 이글거리는 그 한 눈을 부릅떴다. 마치 이 노제를 하나 놓치지 않고 모두 태양에 새겨두기라도 할 듯한 뜨거운 눈빛이었다.
이소선합창단은 두 곡의 노래를 불렀다. 먼저 <잘 가오 그대>를 불러 박정기 선생님을 그의 막내 아들 박종철의 곁으로 보내는 송가로 삼았으며, <그날이 오면>을 불러 그들이 목숨을 내놓고 맞으려 했던 날을 그 날이란 이름으로 기약했다. 뜨거운 태양이 두 곡의 노래를 부릅뜬 눈으로 들으며 노래로 부른 기약의 증인이 되었다.
5분만 햇볕 아래 서 있어도 몸이 모두 녹아내릴 듯한 날이었다. 7월 마지막날의 뜨거운 햇볕을 증인 삼아 노래로 아버지를 아들의 곁으로 보낸 날이었으며, 그들의 죽음을 밑거름으로 이 땅에 올 그날을 노래로 기약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