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독립을 했다. 그녀는 지하철 5호선의 동쪽 끝부분에 있는 천호동에 살고 있고 나는 이 노선의 서쪽 종착역인 방화에 살고 있는데 딸은 5호선의 딱 중간쯤에 자리한 역근처에서 집을 구했다.
독립을 하면서 딸의 방이 비게 되었다. 그래서 거실에 놓여있던 나의 컴퓨터를 딸의 방으로 옮겼다. 이 방은 원래 그녀가 쓰던 방이었으나 딸이 유학에서 돌아오면서 그녀는 오랫동안 거실을 써야 했다. 안방은 원래 내가 쓰던 방이었으나 내가 집을 나오면서 그녀의 방이 되었다. 그녀의 방에 놓여있던 책꽂이와 내 책들을 모두 딸의 방으로 옮겼다. 딸의 방은 이제 내 방이 되었다.
이 방은 인터넷 회선이 직접 가질 못해 옛날의 내 방에 있는 허브를 거쳐 우회를 한다. 그 때문인지 인터넷 속도가 100메가밖에 나오질 않는다. 현재 인터넷은 500메가 회선을 쓰고 있다. 100메가도 상당히 빠른 속도이나 써보니 현재 쓰는 인터넷보다 절반 정도밖에 속도가 나오질 않는다.
이 방의 컴퓨터는 파일 서버이기도 하다. 나는 컴퓨터를 파일 서버로 써서 세상 어디에서나 인터넷 되는 곳에선 집안의 파일에 접속할 수 있게 해놓았다. 현재 방화의 거처에서 쓰는 인터넷은 200메가 라인이다. 1기가를 복사하는데 대량 1분 정도 걸린다. 딸의 방으로 컴퓨터를 옮긴 뒤 방화에 와서 접속해 보니 딱 두 배가 걸린다. 1분 걸리던 것이 2분이 되었다는 얘기다. 사실 이 정도면 참고 쓸만하다. 그래도 돈내고 쓰는 건데 서비스 불러서 이제 내 방이 된 딸의 방으로 직접 회선을 빼달라고 해야 겠다.
책꽂이를 옮겼더니 한쪽 벽면으로 책꽂이 세 개가 나란히 서게 되었다. 컴퓨터 책상에 앉으면 바로 뒤가 책꽂이 이다. 정리는 못하고 책꽂이와 책만 일단 방으로 옮겨 놓았다. 또 하루 가서 책들을 정리해야 한다.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서 작업을 해봤더니 편하긴 하다. 거실은 간만에 누구의 방도 아닌 거실이 되었다.
컴퓨터를 옮기고 내가 제일 먼저 해본 일은 음악을 틀어본 일이었다. 집에는 우퍼가 있는 스피커가 있기 때문이다. 전에는 아주 익숙하던 소리였지만 간만에 들었더니 소리가 낯설었다. 내가 에어팟에 너무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화의 거처에는 블루투스 스피커가 하나 있다. 음이 맥북 기본 스피커의 음질보다는 좋지만 그래도 집의 우퍼있는 스피커만큼 좋지는 않다. 아무리 들어도 잘 적응이 안되서 음악은 자주 에어팟으로 듣게 된다.
인생에 자꾸 변화가 생긴다. 딸의 독립으로 또 변화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