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음식은 시장에서 재료를 사다가 집에서 해먹는 것이었고 해먹는 데는 많은 정성과 시간이 들어갔다. 한편으로 음식은 해먹는 귀찮을 때면 밖에 나가 사먹어도 되는 것이었고, 밖에 나가는 것도 싫을 때는 집에서 시켜먹어도 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켜먹는 데는 지역와 메뉴에 제한이 있었다.
그러다 냉동이나 냉장 상태로 배달되는 음식이 생기면서 시켜 먹는 음식의 메뉴와 지역에서도 거의 제한이 없어져 버렸다. 시키면 음식은 잘 냉장되어 새벽 같이 집앞으로 배달되었다. 음식들은 냉장을 위해 넣은 얼음이 아직 다 녹지도 않은 빠른 시간에 집으로 왔다. 집을 나와 혼자 살게 되면서 나도 빠르게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적응했다.
이번에 먹어본 것은 묵사발이다. 해야할 일이라곤 묵을 포함한 기타 재료와 육수로 나뉘어 있는 팩과 봉지를 뜯고 이 모든 것을 한 그릇에 때려담은 뒤 밥을 더하는 것 뿐이었다. 먹을 만하다.
내가 알고 있는 기억나는 묵밥집은 강화의 동막해수욕장 가기 전에 있는 식당이다. 몇 번 갔었다. 갈 때마다 맛있었고 항상 막걸리를 곁들이곤 했었다. 시켜 먹는 묵사발이 그 집만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맛은 나를 자주 그곳으로 부르지 못했다. 아무리 맛있어도 한 해에 한두 번이었다.
경쟁력을 생각하면 어떤 맛도 편리를 이길 수가 없다. 나는 이틀이나 묵사발을 해먹었다. 배달온 묵사발의 유통 기한은 6일이다. 반찬도 대개 5, 6일이었다. 길지 않기 때문에 오면 빨리 먹어야 하긴 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거의 놀라울 정도의 편리이다. 나는 음식의 맛을 버리고 편리의 맛에 길들여져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