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합창단은 2023년 8월 23일 수요일 양재동의 현대기아차 앞에서 해고노동자 박미희 복직 투쟁 집회에 함께 했다. 이 투쟁의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박미희씨는 기아차 내부의 불공정 판매 교란 행위를 고발했다 2013년에 해고되었다. 해고된 뒤 부당해고에 맞서 10년 동안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다. 강산이 바뀐다는 세월을 물러서지 않고 싸우고 있다. 세월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세월을 물러서지 않고 싸우는 노동자가 세상을 바꿔간다.
집회의 인원은 많질 않았다. 합창단을 빼면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린 날이었다. 비는 집회에 방해가 되기 쉽다. 그러나 집회를 준비하고 있을 때 빗줄기가 가늘어지기 시작하더니 집회의 시작과 함께 빗줄기를 거두어 들였다. 비는 하루 종일 지상을 두들겨 부당해고 철회하라는 하늘의 농성이 되었다. 머리맡의 하늘은 온통 비구름으로 가득했다. 구름이 오늘의 빗줄기를 보내고 집회 시간에 맞추어 거둔 것이 바로 구름이란 것을 분명히 했다. 구름이 노동자의 집회에 그 마음을 보태는 방식이었다. 집회 인원은 적었으나 온세상을 덮은 구름이 함께 한 집회였다.
이소선합창단은 모두 세 곡의 노래를 불렀다. 첫 두 곡은 <솔아 솔아 푸르는 솔아>와 <이름>이었다. 노래는 “민중의 넋이 주인 되는 참 세상 자유 위하여 시퍼렇게 쑥물 들어도 강물 저어 가리라”라 한다. 그 길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부당해고에 맞서 10년을 싸우고 있는 한 노동자의 투쟁도 강물을 저어가는 그 길의 모습 중 하나이다. 또 노래는 그 싸움에 나선 노동자를 가리켜 “미래의 이름”이라 말한다. “희망되어 적시는 이름”이기도 하다. 합창은 노래 끝에 그 이름의 주인공이 “바로 여러분”이라며 손을 펼쳐 정확히 짚어주었다. 10년을 싸우고 있는 노동자가 그 손끝 앞에 앉아 있었다. 때로 한 노동자가 노동자의 이름으로 미래를 열고 그러면 노동자라는 이름이 “모두의 이름”이 된다.
합창단이 부른 세 번째 곡은 <다시 또 다시> 였다. 노래는 “밟혀도 일어서라”라고 시작하여 그냥 일어서는 것도 아니고 “솟구쳐 일어서라”라고 말한다. 노래는 그냥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합창으로 목소리를 모아 짓밝힌 이 땅의 노동자들이 솟구쳐 일어날 수 있게 힘이 되주려는 마음일 것이다. 그리하여 노래는 “다시 또 다시 일어서라 싸우자”라고 말한다. <다시 또 다시>를 부르고 난 뒤 앵콜이 있었다.
합창단이 앵콜곡으로 부른 노래는 <해방을 향한 진군>이었다. 단원 모두가 주먹을 불끈 쥐고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해방이 총파업 투쟁을 통하여 진군한다 말한다. 그래서 노래는 “노동해방의 약속으로 총파업 전선으로” 흐른다. 파업이란 일을 손에서 놓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인간의 이름에 합당한 세상으로 재편하라는 요구의 다른 표현이다. 그 세상을 위한 싸움을 한 사람이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 싸움이 곧 해방으로 가는 진군이다. <다시 또 다시>의 싸움이 총파업으로 이어져 해방을 향한 진군이 되어 있었다.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합창단의 뒤쪽으로 무지개가 떴다. 비를 보내 지상을 두들기며 부당해고철회를 하루 종일 세상에 요구했던 구름이 그 빗줄기 끝에 무지개를 하늘에 걸어 하늘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밥차로 노동자와 함께 하는 밥통이 이 자리에 함께 했음도 기록해 놓는다. 하지만 합창단은 밥통의 밥을 먹지 못했다. 수요일의 연습 일정이 합창단의 걸음을 연습실로 재촉했기 때문이다. 합창단은 수요일마다 연습하고 있다. 오늘은 연습 시간의 절반을 할애하여 투쟁하는 노동자와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