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합창단은 2019년 8월 31일 토요일, 오후 2시의 시간엔 광화문에 있었다. 그곳에서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집회에 함께 했다. 그러나 시간이 오후 3시로 바뀌자 합창단은 종로에 있었다. 광화문에 번쩍, 종로에 번쩍하는 합창단이었다. 단원 중에 홍길동이란 이름을 가진 단원은 한 명도 없었지만 노동자와 연대하겠다는 뜨거운 마음이 있으면 그것이 가능했다.
종로에선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궐기대회를 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차들이 다니던 길에 모여 앉아 길을 광장으로 바꾸어놓고 합창단을 맞아주었다. 합창단은 광장으로 바뀐 길 위의 무대에 섰다. 노동자들에게는 길을 광장으로 만들어내는 놀라운 힘이 있었다. 그 길의 광장에서 차별없는 노동 세상이 대한 꿈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노동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내 집적 고용의 물꼬를 튼 톨게이트 노동자들이었다. 그들과 합창단은 이미 인연이 있다. 7월 23일날, 청와대 앞에서 농성 중인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찾아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의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민주노총 궐기대회에 함께 하면서 이소선 합창단의 노래를 다시 듣고 싶다고 했다 한다.
합창단은 길을 가득 메운 노동자들 앞에서 <이름>과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를 불렀다. 노동자라는 그들의 이름이 빛났고, 노동자의 이름으로 모인 그들 앞에 패배는 있을 수 없었다. 노래가 그렇게 말했다.
앉아있는 노동자들의 옆으로 깃발들이 쉬지 않고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이소선합창단의 노래가 잠시 바람과 함께 깃발을 지나쳐갔다. 노래는 노동자들의 바람이 되었다. 깃발은 바람에 펄럭이면서 그 자리에 모인 모든 노동자들의 외침이 되었다. 그 외침은 비정규직 철폐하고 모든 노동자를 회사에서 직접 고용하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합창단의 노래도 그 외침의 노래였다. 합창단이 노동자들과 함께 부른 <동지가> 속에서 깃발이 더욱 힘차게 휘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