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합창단은 2023년 9월 20일 수요일,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원회 출범식에 참가하여 노래로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출범식은 서울 명동의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있었다. 사람들은 오전 10시의 이른 시간에 모여서 제도권 밖의 노동자들에게 건강권을 담보해줄 수 있는 전담 병원의 필요성을 토론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어진 출범식에선 노동에 대한 공정한 대우를 보장받을 수 있는 세상을 요구하며 분신했던 전태일의 꿈이 이제 기존의 법 테두리에서 보살피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건강권을 누리는 또다른 꿈의 세상으로 이어져 전태일병원의 건립을 향하여 가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세상이 모두 비에 젖었다. 우산을 받쳐든 합창단 단원들이 하나둘 모였다. 단원들도 축하의 공간을 노래로 적셔줄 빗방울 같은 사람들이다. 빗속에서 빗방울 같은 사람들이 모였다. 리허설은 갖지 못하고 대기 장소에서 무대에 올라 설 위치만 확인했다.
이소선합창단이 준비한 노래는 두 곡이었다. 첫곡은 <전태일 추모가>로 마련했다. 전태일이 몸을 불사르며 외쳤던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라는 외침은 합창으로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되었다. 노래는 그것이 “다시는 없어야할 쓰라린 비극”이라 기억한다. 그 비극은 슬픔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비극은 많은 노동자들이 일어나 연대하고 싸우게 만드는 힘이 되었고, 오늘에 이르러선 아픈 노동자를 전태일의 이름을 건 병원으로 보살펴 보자는 꿈이 되었다.
두 번째 노래는 <산디니스타에게 바치는 노래> 였다. 노래가 “우리가 지은 밥과 만든 옷 우리가 쌓은 벽돌 모두가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 오”는 세상을 꿈꿀 때 유난히 “우리가 쌓은 벽돌”이 마음을 울린다. 왜냐하면 이것이 전태일 병원의 건립을 위한 발족식의 자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노동자들이 쌓은 벽돌로 병원이 지어지고 나면 그 병원이 노동자의 건강을 돌보는 곳이 되는 세상이 온다. 그것은 바로 “피땀의 찬란한 꽃으로 피어난 우리 새 세상”이기도 하다. 국가가 나서서 해야할 일이지만 나라가 구실을 못하자 노동자들이 그 세상의 건설에 직접 나서고 있다.
노래가 준비한 노래로만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 앵콜이 나왔고 합창단은 기쁜 마음으로 앵콜에 응했다. 앵콜곡은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 였다. 노동자 병원을 건립하는 일이 싸우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야 하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도 않지만 단결하면 노동자의 건강권을 스스로 챙기는 세상도 직접 만들어낼 수 있다. 사람들이 그 세상을 위해 단결하기 시작했다. 노래는 그 단결한 힘이 만들어낼 세상에선 “다가올 새날 더 좋은 날들”이 펼쳐질 것이라 했다. 노래가 그 끝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노동자 병원에 대한 단결한 의지가 그 주먹에 굳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