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합창단은 2023년 10월 12일 목요일 쿠팡 노동자 장덕준 3주기 추모문화제에 함께 했다. 추모제는 잠실의 쿠팡 본사 앞에서 열렸다. 장덕준은 쿠팡의 대구물류센터에서 일하다 2020년에 과로로 숨졌다. 그의 나이 27세였다. 파릇한 한창 때의 젊음이었다.
사람들이 장덕준의 3주기를 맞아 가장 먼저 마련한 것은 그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제례였다. 스님들의 독경이 그의 제단 앞에 울려퍼졌다. 부처님의 따뜻한 손이 그의 영혼을 도닥였다. 생전의 친구들이 제단에 올려와 절을 올리고 그를 잊지 않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춤꾼은 춤으로 풀리지 않을 한이 되었을 그의 죽음을 어루만졌다. 한 젊음을 과도한 노동 속에 죽음으로 내몰아 그의 죽음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쿠팡 측에선 바로 앞에서 그의 추모제가 열리는데도 전혀 발길의 흔적 조차 없었다.
이소선합창단은 두 곡의 노래에 추모의 마음을 담았다. 첫 곡은 <동지를 위하여> 였다.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올 수 없다. 그러나 노래는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 우리의 곁으로 불러내고 싶어한다. 그 마음은 “머물 수 없는 그리움으로 살아오는 동지여”라는 노랫말 속에 담겨 선율로 흘렀다. 노래는 세상의 그 모든 것, “그대 가던 산넘어로 빛나던 새벽별도,” 그와 함께 보았던 “굽이치던 저물결도” 모두 그를 환기시킨다고 말한다. 때로 어떤 죽음은 죽음을 망각 속으로 보낼 수가 없게 한다. 때문에 때마다 죽음이 우리 곁으로 와서 “살아오는 동지”가 된다. 27살에 과도한 노동으로 세상 뜬 젊은 목숨 또한 그렇다.
합창단은 다시 살아나 잠시 동지의 이름으로 우리 곁으로 온 장덕준과 함께 두 번째 곡으로 <산디니스타에게 바치는 노래>를 불렀다. 그가 살았던 세상은 탐욕의 자본 앞에 제물이 되어 노동자가 일하다가 죽는 세상이었으나 이제 노래는 다른 세상을 꿈꾼다. 그 세상은 “우리가 지은 밥과 만든 옷들과 우리가 쌓은 벽돌 모두가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오고 기쁨과 자유 평등 누”리는 노동자의 세상이다. 노동자가 일하다 통증을 호소하면 그 즉각 치료 받아 건강한 몸으로 일할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할 것이다. 그 세상이 좀 더 일찍 왔더라면 장덕준이 여전히 살아 우리 곁에 있을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노래는 그를 불러내 그가 여전히 살아 있을 수 있는 세상을 그와 함께 꿈꾸었다. 그의 영혼이 잠시 신났을 지도 모른다.
장덕준의 어머니가 아들의 죽음 앞에 대화와 사과를 거부하는 쿠팡 측을 보며 인간에게 희망이 있는지 회의했다고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들의 3주기를 맞아 그의 죽음을 잊지 않겠다며 모여서 그를 기억하고 열악한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서 또 희망을 본다고 했다. 추모의 자리는 젊은 목숨을 앗아간 자본의 탐욕을 밀어내고 인간의 이름으로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소선합창단도 그 희망의 자리에 여느 때처럼 노래로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