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합창단은 2017년 10월 14일 토요일, 청계천의 전태일 다리에서 노래를 불렀다. 제3회 전태일 거리 축제에 함께 한 것이었다. 리허설하고 있을 때 지게를 진 노동자가 중얼거리며 지나간다. 살기 바빠 죽겠는데 이게 뭐하는 짓이야. 이 땅의 노동은 여전히 노래 한 곡 들을 짬도 낼 수 없이 일해야 살 수 있다. 어찌 그 노동을 탓하랴. 노동에게 노래들을 시간을 허용하라고 이소선 합창단은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노래가 더욱 특별했다. 노래하는 사람들의 노래가 아니라 노래가 된 노동이 부르는 노래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노래들을 여유를 갖지 못하는 이 땅의 노동을 위하여 노동은 스스로 노래가 되었다. 잠시 청계천의 다리 위에 노래가 가득했다. 노래 들을 짬도 없이 일해야 하는 노동도 다리를 지나가는 그 짧은 순간만큼은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이소선 합창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