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
—
2004년 4월 29일,
그날은 낮에도 달이 있었고,
밤에도 달이 있었다.
달은 반달이었다.
한낮에 올려다보는 반달은
그 반쪽이 투명한 하늘빛이다.
이상하다, 왜 달의 반쪽이 투명하지?
달은 둥글다고 하던데.
그러면 안보이는 반쪽은
시커멓거나 그래야 되는거 아닌가?
밤에 달을 올려다 볼 때는
주변의 하늘이 온통 시커멓다.
달의 반쪽도 시커멓다.
그때는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달의 반쪽을
가려져 있는 색깔로서의 시커먼 색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낮에 뜬 반달의 반쪽이 하늘색이란 것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그 투명한 하늘이
달의 반쪽을 그 부분에서만 푸른 색으로 슬쩍 가려놓았을 리도 없고.
혹시 달은 정말 차고 기우는 것이 아닐까.
제 존재를 실제로 조금씩 조금씩 지워갔다가
또 조금씩 조금씩 제 존재의 살을 붙여 결국은 둥근 달이 되는게 아닐까.
갑자기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대사 한구절이 떠오른다.
앨리셔: 우주의 크기는?
내시: 무한대죠.
앨리셔: 그걸 어떻게 알죠?
내시: 모든 데이터들이 무한대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죠.
앨리셔: 하지만 아직 확실하게 증명이 된 건 아니예요.
내시: 그건 맞는 말이예요.
앨리셔: 우주가 무한하다는 걸 본 적도 없잖아요.
내시: 그것도 맞는 말이예요.
앨리셔: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하죠?
내시: 사실은 나도 몰라요. 그냥 그렇게 믿는 거예요.
앨리셔: 내가 생각하기에 사랑도 그와 똑같은 거 같아요.
달을 올려다보며
나는 내 멋대로 생각을 키우며
그것을 내 믿음으로 삼아가고 있었다.
—
밤달
13 thoughts on “낮달과 밤달”
안녕하세요.
달 사진이 너무 이뻐요.
괜찮으시다면 퍼가도 될까요??
네, 퍼가셔도 되요. ^^
며칠전 자려는데 창밖이 환해서 열어보니
반달인데도 무지 밝은것이 참 기분 좋았어요.^^
어쩌다 아침에 빨래널러 옥상에 올라갔을때
달이 떠있는걸 볼때도 왠지 기분이 좋아요.
하늘에 떠 있는것들은 왜 모두 기분좋아지게하는지.^^
언젠가 꿈에서 무언가를 타고 하늘 높이 오르는데
주변 하늘에도 비행기나 별같은 물체들이 떠있는것이
약간 긴장되면서도 신기했던 기억나네요.^^
지금은 집앞에 높은 건물이 들어서서 보이질 않는데
예전에는 지금 사는 집의 1층에 누워있으면
창으로 지나가는 달이 보였었죠.
누워서 은행나무 가지를 살살 헤치며 지나가는
그 달을 보면 정말 마음이 푸근하게 가라앉곤 했어요.
새 건물이 들어서면서 그 낭만이 사라져 버려 아쉬워요.
맞아요…부산 해운대바다는 동해 초입이지만 바닥이 갑자기 깊기도 하거든요…항상 좋은 글 많이 보고 갑니다.
오늘도 좋은 날이죠?^^
앗, 제가 맞췄네요.
부산분이신가 봐요.
어둠의 공포를 얘기하시니 깜깜할 때
강원도 놀러갔을 때의 기억이 하나 생각나네요.
깜깜한데 도대체 뭘 보러 강원도엘 가느냐고 누군가 묻기에
“어둠을 보러가지, 시커먼 어둠을”이라고 답했던 경우가 있었거든요.
아직 젊으신 분 같아요.
나이 먹으니 자꾸만 어둠과 친숙해져요.
네 부산 맞아요…^^
나이는 비슷할거예요…60년대 후반이니깐…
예전 빨래집게이야기를 아주 감명깊게 읽었어요.
그러곤 가끔 놀러와요
선생님의 그녀가 제게도 익숙할만큼요…^^
좋은 곳에 사시네요.
부산은 두번 가본 것 같아요.
두번 모두 그녀와 함께 였죠.
새벽에 올라가던 태종대의 안개가 지금도 눈에 선해요.
그때의 빨래집게 사진은 충청도 어느 산골에서 찍은 거였죠.
가끔 사는 곳을 멀리 떠났을 때 매일 보던 것도 달리 보일 때가 있는 것 같았어요.
도심의 밤하늘은 공포스러워요. 별도 보이지않는 시커먼 하늘은요….
아마도 그 바다는 동해나 남해 바다였을 것 같아요.
서해는 발이 안닿을 정도로 들어가려면
정말 멀리가지 않으면 힘들거든요.
저도 예전에 제 고향의 강에서 놀 때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깊은 곳까지 헤엄쳐 들어갔다가
그런 공포를 느낀 적이 있어요.
물은 깊어지면 그 깊이로 우리의 다리를 잡아당겨요.
좋은 글이었는데 왜 없애셨지.
이렇게 글이 있다가 갑자기 없어지면 너무 허무해져요.
내용이 아주 좋았었는데. 표현력도 좋고,
블로그는 내 글만 있어서 읽기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 얘기를 나누며 내 글의 부족한 부분을
다른 사람들이 메꾸어 주는 소통의 공간 같아요.
처음 남겨주신 글을 보았을 때
참 느낌이 좋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멋진 글과 아름다운 사진에 제 감정을 이 댓글에 실어보려 하는데, 제 실력이 너무나 딸려서 어떻게 표현해야될지 모르겠네요. 😉
다음번에도 조용히 찾아뵙겠습니다.
제 블로그가 워낙 댓글이 없어서
찾아주시고 또 댓글까지 남겨주시니 고맙기만 한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