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이야, 그리고 당신도

Photo by Kim Dong Won

초승달


달은 차고 기운다.
제 존재로 스스로를 빠짐없이 가득 채우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느 날은 제 흔적을 하나 남김없이 모두 거두어 들인다.
제 존재로 가득차는 날, 달은 둥글다.
반대로 제 흔적을 거두어 들인 날,
이제 달은 보이지 않고 어두컴컴한 하늘 뿐이다.
달은 어둠을 헤치고 나왔다가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가길 반복한다.
그러다 어떤 날은
눈썹같은 모습으로 하늘을 도려내고는
푸른 빛의 하늘 한가운데 흰빛을 새겨넣는다.
과학의 잣대를 들이밀면
달은 차고 기운다기보다
그저 보였다 안보였다 할 뿐이다.
하지만 내 눈에 달의 삶은
한달을 주기로 새롭게 시작되는 독특한 삶이다.
달은 일년이면 12번을 새롭게 시작한다.
나도 저렇게 새롭게 시작할 수 없을까.
그런데 놀랍게도
다름아닌 과학이 내게 이렇게 속삭였다.
“너도 달이야. 7년 주기의 달이지.”
과학의 발견에 의하면
내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은 7년을 주기로
완전히 새롭게 바뀐다고 한다.
나는 여전히 나이지만
나를 구성하고 있는 그 가장 밑바탕에선
7년마다 삶이 죽음이 되고, 그 죽음을 새로운 삶이 대신하면서
내가 완전히 새로운 나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새롭게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달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적어도 7년마다,
내가 70년을 산다면
적어도 10번은 새롭게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달만 차고 기우는줄 알았는데
나도 차고 기울고, 기울고 또 차고 있었다.
내가 달이고,
또 당신도 달이었다.

보름달

Photo by Kim Dong Won

6 thoughts on “나는 달이야, 그리고 당신도

  1. 아..좋은 카메라 너무 부러워요.
    물론 사진 찍는 기술도요.^^
    저렇게 달의 표면이 제대로 찍힌 사진보면 그런생각을
    지울수가 없네요.^^
     

    1. 쿨픽스8400 정도면 달의 표면이 나오게끔 충분히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카메라의 최대 초점거리가 85mm이지만 디지털로 10배줌까지 된다고 되어 있더라구요.
      삼각대만 장만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좀 전문적인 얘기이긴 한데 달을 찍으려면
      측광을 Spot 측광으로 돌려서 달에 초점을 맞추고 측광을 한 뒤,
      노출을 2단계 낮추어야 해요.
      즉 좀 어둡게 찍어야 해요.
      자동으로 찍으면 허옇게 나와서 도저히 안되기 때문에
      수동모드에서 이 정도만 손대시면
      가을소리님의 카메라로도
      충분히 달의 표정을 살필 수 있을 거예요.
      그건 아주 좋은 카메라예요.

    2. 달을 찍을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카메라 같아요.
      제가 사양을 살펴보았더니 위에서 말한대로 찍을 수 있는 수동모드가 있더군요.
      다만 반드시 삼각대가 필요해요.

  2. 7년마다 리프레쉬된다는 말. 그럼 저는 올해 새로 리프레쉬되었겠는걸요.
    근데 정작 자신은 리프레쉬된걸 느끼지 못하나봐요.
    여전히 눈은 나쁘고, 여전히 뒷목은 뻐근한 걸 보면…

    1. 세포도 수명이 있어서 끊임없이 교체가 된다고 하네요.
      달처럼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나가는데
      7년을 주기로 몸 전체의 세포가 완전히 새 것이 된다고 들었어요.
      그냥 사는 것보다 달처럼 산다고 생각하는게 더 재미날 것 같아서 한번 해본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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