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색이 바뀌는 계절입니다.
봄은 가을과는 좀 다릅니다.
봄은 색이 피어나는 계절입니다.
없던 색이 마구마구 피어나죠.
가을은 그와는 좀 달라서 있던 색이 낯빛을 바꿉니다.
우리집 장미 넝쿨의 잎도 그 점은 마찬가지여서
이제는 한여름내 담아두었던 녹색을 비우고
노란빛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매해 반복되는 일이지만
어느 해도 색을 바꾸는 나뭇잎을 부여잡고
“이제 변한 거니, 마음이 바뀐 거니, 그런 거니?”하고
그 변색을 탓한 적이 없습니다.
여름 한철 초록을 고집할 때도
“넌 도대체 왜 만날 초록이니? 좀 달라지면 안되니?”하고
타박을 준 날은 맹세컨데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
초록을 고집할 때도 그러려니 하고,
색이 바뀔 때도 또 때가 되었나 보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나뭇잎 앞에선 고집과 변색을 모두 즐길 줄 압니다.
사람을 마주하면 그게 잘 되질 않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매일 똑같냐”고 불만이고,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바뀌냐”고 또 불만입니다.
나뭇잎을 대할 때는 있는 그대로를 즐기는데
사람을 대할 때는 자기 좋아하는 모습만 즐기려고 하기 때문인 듯 싶습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면 좋겠고,
또 나도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봐주면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장미 넝쿨의 나뭇잎이 색을 바꾸어 가고 있습니다.
여름내 가꾼 초록빛이
얼기설기 얽어놓은 거미줄에 걸려
절대로 빠져나가지 못할 듯 싶었지만
초록빛은 하루가 다르게 빠져나가고
나뭇잎은 올해도 역시 색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난 그걸보며
2층 베란다 한켠으로 찾아온 올해의 가을을 즐기고 있습니다.
2 thoughts on “잎의 변색”
가을, 자연이 색을 바꾸고 살랑 떨어져 내리겠습니다.
이제 금새 추워지겠어요.
그때쯤은 아마 나뭇잎은 이제 갈색이 되어 있겠죠.
언젠가 초록은 색을 채운 색이고, 갈색은 색을 비운 색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