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열매의 계절입니다.
아마 어느 봄날 찾았던 안성의 배나무밭에서도
가을엔 배가 주렁주렁 열렸을 것입니다.
봄에 찾아갔을 땐 그 밭에서
배꽃이 분수처럼 피어오르고 있었죠.
그러고 보니 배는 그 봄에 내가 보았던 배꽃의 꿈입니다.
어디 배만 그럴까 싶습니다.
세상의 열매는 대부분 꽃의 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배나무밭의 한가운데선 삐죽이 솟은 배꽃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죠.
배나무밭의 주인 아저씨께 저건 왜 저렇게 눈에 띄게 솟아있냐고 물었더니
그건 수꽃 나무라고 했습니다.
배나무도 암수의 구별이 있나 봅니다.
벌과 나비에만 의존할 수가 없어
거의 일일이 사람 손으로 수정을 해준다고 했습니다.
수정을 해주어야 하는 기간이 아주 짧아
많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쉬지도 못하고 매달린다고 하더군요.
아저씨는 어찌보면 사랑의 중매쟁이인 셈입니다.
꽃도 사랑없이는 열매의 꿈을 이룰 수 없나 봅니다.
과일의 계절, 가을이 되니
자꾸만 봄날에 스쳤던 그 배꽃이 생각납니다.
배는 배꽃의 미래이자 꿈이었고,
배꽃은 배의 과거이자 사랑이 시작되던 자리였습니다.
배가 열리기까지 올해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바람과 비, 그리고 어떤 땐 가뭄도 견뎌야 했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아마도 그때마다 봄날을 생각했겠지요.
배꽃으로 피어나던 그 봄날의 꿈과 사랑을 생각했겠지요.
그리고 그 봄날의 하얀 꿈과 사랑이
아마도 그 모든 힘겨움을 견디게 해준 힘이었지 않을까 싶네요.
가을로 오는 동안 힘들었지만
열매의 계절에 돌아보는 봄날의 추억은 꿈과 사랑으로 달콤합니다.
12 thoughts on “봄의 배나무밭”
배꽃나무가 마치 팝콘나무 같아요.
이런 광경 처음이에요. 가운에 키 큰 수꽃나무 참 인상적이구요.
그 한 그루가 주위의 암꽃을 전부 품어 주나 보죠?ㅎㅎ
고게 한그루가 아니고 사실은 여러 그루예요.
배밭 주인한테야 일상적인 풍경이겠지만 우리에겐 절로 눈길이 가죠.
결국 모든 아름다움은 일상에 있는 듯도 해요.
화사히 활짝 펼쳐진 하이얀 배꽃이 고와 향기가 전해질 것만 같아요.
오문선양이 사는 구리도 배과수원이 좀 있대요.
작년 봄날에 방을 구하려고 구리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그 바람결에 날라오던 향기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대요.
그래서 구리에 방을 구한 것 같기도 하다던 오문선양의 말에
감동 먹었던 제가 얼마전에 재차 그 말을 확인을 하니
전혀 모르겠다네요. ㅠㅠ^
그렇게 기억은 잊혀지지만, 아마도 향기는 잊혀지지 않았을 거예요. ㅎ
배가 열렸을 때도 가서 한 장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요즘은 시간을 못내서 아무데도 못가고 있어요.
그냥 옛날 사진 들여다보며 그걸로 여행을 대신하고 있어요.
하드 디스크나 큰 거 하나 사서 사진을 모두 그곳에 모으던가 해야겠어요.
전 필름 스캔한 거 메모리 스틱을 쓰고 있죠.
이게 처음엔 2G로 한참 쓸줄 알았더니
금새 4G로 그것도 거의 다 차가요.
저 역시 하드디스크 구매해야할 듯 하지요.
한창 바쁘신가보아요.
오문선양이 오늘 일이 들어왔어요. (감동)
마냥 좋기만 하네요. *^_^*
오, 축하할 일이네요.
전 지금까지 찍어놓은 사진만 한 150GB 정도라서…
현재는 300GB의 외장 하드가 하나 있는데
이번에 500GB 짜리를 하나 장만할까 생각 중이예요.
20만원 하더군요.
전 케이스랑 하드랑 따로 사서 집에서 조립해서 써요.
일은 하기 싫고, 일은 해야 하고, 일이 이중 삼중으로 겹치고, 그 와중에 술도 먹으러 나가야 하고… 그러다 보니 바쁘죠, 뭐.
우와~~배나무를 저렇게 관리하려면 얼마나 허리가 아플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네요.
지인중 배꽃이라는 닉네임의 언니가 있어요.^^
배꽃처럼 하얀 웃음을 소유한…
나이들어도 그렇게 깨끗한 웃음 간직할수 있다면 좋겠는데..^^
배나무밭 주인이 옥상에 올라가서 찍도록 해주었어요.
전체 배밭은 사진에 나온 크기의 한 세 배 정도.
수정할 때는 거의 밤새서 일을 한다고 했어요.
그런 일은 나비와 벌이 맡는 줄 알았는데 그럼 30퍼센트 정도밖에 안된다고 들은 거 같습니다.
두 분은 천생연분입니다.
정말 잘 어울리세요.^^
제가 SDI 공장 다닐 때 동료가 제게 별명을 지어주더군요. ‘이화’
그 아이 고향이 하동이었는데
집에가는 길에 어느 배밭에 핀 배꽃이 석양에 하늘거리는데
어찌나 이쁜지 뽀얀 제 얼굴이 떠오르더랍니다.
제가 어여쁜 배꽃 닮았다고 ‘이화’라고 불러주더군요.ㅎ
20대 초반엔 길을걸으면 온통 사람들의 시선이 제게 집중돼
한여름엔 얼마나 더웠는지 모릅니다.
땡볕보다 더 뜨거운 시선을 한몸에 받고 공주처럼 걸어다녔네요.ㅎ
하필이면 남편이 빨간 원피스를 사줘서 정말 공주같았지뭡니까.
지금도 잊혀지지않네요. 65,000원짜리 어깨에 뽕들어간 원피스..
언젠가 시간나면 디카로 찍어서 올릴게요. 조금 촌티나지만…ㅎ
세잎클로버 가족 모두 건강하세요.^^
하필 다툰날 이런 얘기를 듣다니…
어제 사실 forest님 말한마디에 삐져서 제가 그만 입닫아걸고 거실 소파에 누웠다가 잠들어 버렸거든요.
저는 마음씀이 넓지를 못해서 그게 탈이예요. 언젠가 강화 석모도에서 먹은 밴댕이 회무침 때문인지 옛날보다 더 좁아진 것도 같고…
저도 종종 옛날 추억을 꺼내곤 해요. 달콤한 순간들이 많았거든요. 그 빨간 원피스의 추억은 뜨겁고 달콤했을 거 같아요. 추억의 그 옷이 많이 궁금해 지네요.
아니.. 어떻게 이럴수가…
나는 오늘 가로수를 보면서 봄날을 생각했는데…
그래서 봄에 찍어둔 장미잎으로 블로그 한편 썼다우.
은행나무의 잎들이 조금씩 노랗게 변하기 직전이더라구.
그래서 지금은 살짝 연둣빛이야.
그 빛도 잠깐 사이에 지나가버릴 것 같아서 봄날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우.
나는 열매보다는 빛에 대해 생각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야.
글 올리자마자 이곳에 오니 배꽃이 있으니 이런 우연도 있나 싶네^^
난 올리기만 오늘 올린거지 벌써 써둔거야(찬물 끼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