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와 새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4월 2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비행기 한 대가 날아갔습니다.
새 한마리가 날아왔습니다.

비행기는 한눈에 보기에 엄청난 크기였습니다.
새는 두 손에 냉큼 들어올만한 아담한 새였습니다.

비행기의 우르릉 거리는 굉음이 하늘을 뒤흔들었습니다.
새는 조용히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습니다.

처음엔 비행기가 새에게서 나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비행기는 새에게서 나는 법이 아니라 빨리가는 법만 배웠습니다.
비행기가 뿌리고 가는 그 엄청난 소음은 빨리가려는 몸부림입니다.

새는 오늘 내게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앉아
조용히 쉬다가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몸집을 키우지 않고,
빨리 가려는 욕망을 접은 자리였습니다.
잠시후 새가 날아간 뒤에도
가지 사이가 조용했습니다.
나도 조용히 그 옆에 머물다 왔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4월 2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2 thoughts on “비행기와 새

    1. 공원에서 한적하게 보내는 시간이 가져다준 즐거움이었어요.
      버스타고 15분 거리에 올림픽공원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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