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체온이 실린 노래 – 이소선합창단의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 하는 고함 예배 공연

Photo by Kim Dong Won
2023년 11월 20일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 하는 고함 예배 공연
서울 용산의 대통령집무실 앞 도로

이소선합창단은 2023년 11월 20일 월요일, 용산의 대통령집무실 앞 도로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 하는 고함 예배에 함께 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에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살아가면서 사고를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사고가 무리한 배의 개조나 노후화된 배를 제대로 수리하지 않은 탓에 이루어진 사고가 되면 사고를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또 침몰 뒤의 수색과 같은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고는 유가족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다. 그러면 산 자의 삶마저 미수습된 죽음과 함께 죽음이 되고 만다. 국가의 미진한 대응은 산 자들마저 죽음에 가둔다.
기억이 때로 심해 깊이 내려가 그곳의 죽음을 건져올리는 심해 수색의 첫걸음이 된다. 때문에 기억이 지워지면 바다 깊은 곳에 가라 앉은 죽음은 영영 지상으로 떠올라 가족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부력을 가질 수 없게 된다. 그 끈을 놓지 않겠다며 기억의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였고 이소선합창단은 노래로 그 사람들과 연대했다.
두 곡의 노래를 불렀다. 첫 곡은 <솔아 푸르른 솔아> 였다. 노래는 “창살 아래 네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했다. 노래는 어떤 국민의 죽음이 남대서양의 바다밑을 떠돌 때 살아있는 자들의 삶 또한 마치 감옥에 갇히듯 죽음에 갇힌다고 알려준다. 심해 수색을 통하여 유해나 유품을 찾을 때, 아니 최소한 해야할 노력을 다 했다는 것을 국가가 보여줄 때 죽음도 살아 돌아올 수 있으며 산 자들을 가둔 삶의 감옥도 비로소 그 창살을 지운다.
두 번째 곡은 <잘가오 그대> 였다. 죽은 자들이 산 이 땅은 빛이 없는 어둠의 땅이다. 이 땅에 빛이 있었다면 심해의 그 깊은 곳으로 가라 앉은 죽음도 국가가 내린 빛의 끈을 잡고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었을 것이다. 노래는 죽은 자들을 보내면서 “이 어둠은 오래지 않으리”라 위로한다. 참사를 잊지 않는 기억과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하는 싸움이 그 어둠을 걷는 첫걸음이 된다.
추운 날씨였다. 체온이 더욱 필요한 날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일수록 체온은 높아진다. 합창단은 그 인원으로 죽음이 된 삶을 견디며 싸워가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체온을 보탰다. 이곳에선 기억 또한 체온이었다.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은 살아있는 자들이 죽은 자들에게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체온일지도 모른다. 기억과 체온을 실은 두 곡의 노래가 같은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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