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부터 꽃을 꽃이라고 부르지 않을 거야.
누군가는 꽃이 그냥 꽃이었는데
꽃을 꽃이라고 불렀을 때
꽃이 그에게로 와 의미가 되었다고 했지만
꽃을 꽃이라고 불렀더니
꽃이 꽃에 갇혀 버렸어.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 꽃을 꽃이라고 부르지 않을 거야.
대신 난 이제부터 꽃을 만날 때마다 그 잎을 하나둘 세어 볼거야.
하나, 둘, 셋, 넷… 음, 이 꽃은 꽃잎이 모두 열두 개야.
나는 꽃잎 하나하나에 작은 악기 하나를 들려주겠어.
그럼 그때부터 꽃은 꽃이 아니라 작은 실내악단이 될거야.
그러면 이 꽃에서 아마도 분홍빛 음악이 피어날거야.
음, 여기 노란 색깔이 아주 예쁜 꽃이 하나 있군.
하나, 둘, 셋, 넷… 어휴, 이건 모두 다 세어보기엔 꽃잎이 너무도 많아.
그래도 잘됐어.
이번에는 아주 통크게 교향악단을 꾸리는 거야.
이 작은 꽃으로 교향악단을 꾸릴 수 있다니 그게 놀라워.
아마도 이 꽃에선
어느 날 씨방을 달고 하늘로 날아오를 하얀 비상의 가을이
웅장한 선율로 울려퍼질 것 같아.
나는 이제부터 꽃을 꽃이라고 부르지 않을 거야.
그건 꽃을 꽃에 가두어 두는 일이야.
나는 꽃잎을 하나하나 세면서
그때마다 피어날 꽃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겠어.
이제 꽃이 피면
내가 꽃을 볼 때마다
세상엔 음악이 가득할 거야.
나비나 벌은 이미 그걸 알고 있었던 거 같아.
그렇지 않고 서야 그들이 꽃의 주위에서 그렇게 춤을 추었을리 없잖아.
그래, 음악은 춤을 추며 즐기면 더욱 흥겨워.
나도 올해는 꽃을 만나면 꼭 춤을 추며 흥겹게 그 음악을 즐길 거야.
4 thoughts on “꽃의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출거야”
꽃 저마다의 개성을 살려 음악을 만든다면 참 향기로운 음악이겠네요.^^
꽃의 악기가 현악기 일 때는 바람으로 현을 탈 거예요.
어제 외출했다가 드디어 이제 막 피어오르고 있는 개나리를 보고 말았어요.
김동원님처럼 흥겹게 맞이해야하는 것 같은데, 잔인해지고 있어요. ㅠ.,ㅠ
나는 어제는 여의도에서 사무실 낸 사람이 있어서
거기좀 들렀다가 한잔하고 들어왔죠.
그 후배가 선배는 여전하네요 하더군요.
심리적으로 좀 힘들었는데 이제 조금씩 회복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