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 속에 핀 꽃의 노래 – 이소선합창단의 명동재개발2지구 세입자와 함께하는 현장예배 공연

Photo by Kim Dong Won
2023년 12월 14일 명동재개발2지구 세입자와 함께하는 현장예배 공연
서울 명동성당 앞 농성 천막

이소선합창단은 2023년 12월 14일 목요일에 명동재개발2지구 세입자와 함께 하는 현장 예배에 함께 했다. 명동의 재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삶의 터전에서 밀려난 상인들이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고 있는 곳이다. 농성 천막은 명동성당의 맞은 편 길거리에 자리를 잡고 있다.
겨울비의 빗줄기가 굵은 날이었다. 사람들이 모여 집회를 갖기엔 협조적인 날씨가 아니었다. 비가 아니었다면 좀 더 넓은 거리를 집회 장소로 이용할 수 있었겠지만 비 때문에 천막 안이 집회 장소가 되었다. 합창단의 인원이 만만치를 않아 인원은 천막을 넘쳐나고 말았다. 넘쳐난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천막의 바깥에서 예배에 함께 했다. 때로 인원이 기쁨이 된다. 천막은 넘친 사람들 또한 비오는 겨울날의 잔잔한 기쁨이었다.
이소선합창단은 특송의 형식으로 두 곡의 노래를 불렀다. 처음 부른 노래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였다. 노래는 “거센 바람이 불어와서 어머님의 눈물이 가슴 속에 사무쳐 우는 갈라진 이 세상에”로 시작된다. 거센 바람은 이곳에선 수십 년 동안 터를 잡고 장사를 해온 상인들을 쫓아낸 재개발의 바람일 것이다. 그 바람은 세상을 있는 자와 없는 자로 가르고 돈이 되는 일을 쫓아 없는 자들을 대책도 없이 그들 생계의 터전에 쫓아내기를 주저 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래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마라”라고 했다. 샛바람은 동풍을 말하는 것이지만 노랫속에선 거센 바람과 묶여 세찬 바람의 다른 말로 들린다. 노래는 그 거센 바람 앞에 맞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겨울 추위도 그 색을 거두어 가지 못하는 푸른 소나무를 보았다고 했다. 어떤 바람도 소나무의 색을 가져가진 못한다. 노래는 “창살 아래 네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고 말한다. 노래를 하기 전 현장의 증언 시간에 홍정희 명동재개발2지구 위원장이 현재 구청 및 개발업체와 3차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 협상에서 상인들의 요구가 수용되고, 그리하여 그들이 오랫동안 이어왔던 삶의 터를 지킬 수 있게 되는 날이 사람이 모두 함께 살아서 만나는 날이 될 것이다.
합창단은 두 번째 노래로 <민중의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우리 심장의 고동 북소리 되어 울릴 때 새날은 밝아오네 태양과 함께”라고 말한다. 심장의 고동이 북소리가 된다면 살아있는 것만으로 세상을 울릴 수 있다. 그러면 날이 밝는 것만으로 날이 새로워진다. 심장이 곧 북소리가 되는 것이니 사람들이 많을수록 북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노래를 하는 농성 천막은 겨울의 빗줄기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넘쳐났다. 거리의 반대편에서도 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묵묵히 예배 시간을 지켰다. 어떤 이에겐 지나가는 차들의 소음밖에 들리지 않는 거리였지만 그 자리에서 상인들의 권리를 위하여 연대의 마음을 내준 사람들에겐 북소리로 가득한 거리였다. 내일을 새세상으로 기약하는 북소리였다.
꽃이 땅의 누추함을 이유로 생명을 꺾는 경우는 보지를 못했다. 어떤 누추한 땅에서도 씨앗을 내주면 꽃은 피고, 꽃은 땅의 누추함과 관계없이 아름답다. 농성 천막은 누추했지만 그곳에서 싸우는 사람들은 아름다웠다. 그들과 함께한 노래도 누추한 땅을 마다 않는 꽃처럼 아름다웠다. 때로 가장 아름다운 꽃이 싸움의 형식을 빌어 자신이 이어온 생계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으로 피어나고 또 노래의 형식을 빌어 그들의 싸움에 대한 연대의 마음으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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