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7월 12일 서울 인사동 쌈지갤러리에서

난 의자입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텅 비어서 보내죠.
텅빈 나를 채워주는 것은
당신들의 달콤한 휴식입니다.
당신들이 내 품에 앉아 수다떨며 보내는 시간은
내가 당신들로 가득차는 충만의 시간입니다.
난 분명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도
거의 대부분 텅 비어있는 운명인데
당신들이 오고, 그리고 휴식을 취할 때마다
나는 당신들로 그득차곤 합니다.
아마 당신들도 그럴 때가 있을 거예요.
분명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데
매일매일이 텅빈 것 같은 느낌 말예요.
내가 그렇습니다.
당신들이 오지 않는 날이면
난 분명 자리를 지키고 그 자리에 있는데도
텅 비어있는 운명이 됩니다.
오직 당신들의 휴식만이 나를 채워줍니다.
당신들의 휴식으로 빈자리 없이 빼곡히 나를 채울 때면
그런 날은 나는 말할 수 없이 뿌듯하기까지 합니다.
많은 시간을 텅 비어서 보내는 내게 와서
당신의 휴식으로 나를 채워주는 당신들.
언제나 당신들을 기다리겠습니다.
맘편히 와서 항상 그랬듯이 쉬었다 가세요.
당신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쉬었다 가지만
당신이 올 때마다 비어있던 내 삶이 그득채워집니다.
아마 자신들의 휴식으로 나를 채울 수 있는 건
세상에 당신들밖에 없을 겁니다.
난 언제나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7월 12일 서울 인사동 쌈지갤러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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