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점심과 저녁

Photo by Kim Dong Won
2024년 1월 24일 서울 방화의 거처에서

오늘의 점심이다. 김과 돼지고기 김치찌개, 그리고 밥으로 꾸며졌다. 김은 봉지를 뜯는 것으로 곧장 먹을 수 있다. 김에 기름을 두르고 불에 굽는 수고는 더 이상 없다. 돼지고기 김치찌개도 시장에서 찌개거리에 맞는 돼지고기를 반근 정도 고르는 일로 시작되는 법이 없다. 그냥 봉지를 뜯고 유리그릇에 담는 수고가 있을 뿐이다. 알루미늄 냄비에 끓이기도 하나 유리그릇이 씻기에 훨씬 편하다. 전자렌지에서 3분 돌렸다. 전자렌지용 덮개로 그릇을 덮어주어야 한다. 밥은 햇반이다. 쌀을 씻지도 않으며 물을 맞추는 과정도 없다. 뚜껑의 한쪽을 약간 뜯고 전자렌지에서 2분 돌리면 모든 것이 끝난다. 뜨거워서 꺼낼 때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한끼가 해결된다. 항상 이렇게 먹는 것은 아니지만 끼니는 생각보다 매우 다양하다. 돼지고기 김치찌개의 자리를 차돌 된장찌개나 콩비지찌개, 카레, 짜장이 대신하기도 하나 모두 봉지를 뜯는 것으로 마련된다는 점은 동일하다. 어떨 때는 이렇게 먹는 것보다 라면 끓여먹는 것이 더 복잡하다는 생각도 든다. 끼니가 참 간단하다.


저녁으로는 짜장밥으로 먹었다. 점심과 거의 구성이 비슷하다. 배가 얼마나 차 있느냐에 따라 끼니의 구성이 달라진다. 김봉지를 뜯은 것과 햇반을 덥힌 것은 똑같으나 점심의 김치찌개는 짜장 소스로 바뀌었고, 계란 프라이 두 개가 더 해졌다. 짜장 소스는 전자렌지에서 2분, 계란 프라이는 1분 30초를 돌린다. 짜장 소스는 돌릴 때마다 짜장이 폭발물인지 의심스럽다. 뚜껑을 안덮으면 난리날 정도로 튀기 때문이다. 나중에 만두 몇 개를 전자렌지에 넣게 될지도 모르겠다. 지난 주에 집에 갔을 때 귤을 잔뜩 싸들고 왔었다. 싸들고 온 귤은 책상 위에 산처럼 쌓였다. 하지만 산은 곧 귤의 평원으로 바뀌었고, 월요일에는 토요일의 기억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끼니는 여전히 간단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24년 1월 24일 서울 방화의 거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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