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여름 문턱까지 간 듯한 하루 전의 날씨를 과신한 끝에 눈까지 퍼부운 하루 뒤의 날씨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해 옷을 너무 얇게 입고 나갔다. 길거리에서 한 시간 정도를 있어야 했다. 너무 추워 보였는지 한 마음 착한 여자가 외투를 벗더니 속에 입고 있던 조끼를 벗어서 건넸다. 내가 건네 받은 것은 분명 조끼였지만 그때부터 난 그녀의 체온을 걸친 느낌이었다. 따뜻했다. 조끼를 입고 그대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벗어보니 분명 조끼였다. 때로 어떤 조끼는 벗었을 때는 조끼지만 입고 나면 누군가에게서 건네받은 체온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