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노크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1월 2일 남한산성에서


문 열어주세요.
노란 가을이 당신의 창을
똑똑 노크하고 있어요.
바깥 기운이 좀 쌀쌀하긴 해도
옷깃을 여미고 창을 열면 참을만 할 거예요.
그렇지만 창을 열면
아무리 옷깃을 단단히 여며도
가을이 쏟아지듯 당신의 가슴에 안길 거예요.
그리고 방안에도 가을이 가득 찰 걸요.
당신의 방에 온통 가을이 넘실 거리게 되는 거죠.
어디 그 뿐인가요.
당신의 집 슬레이트 지붕엔 가을이 눈처럼 쌓여있어요.
아마 겨울이 쌀쌀한 추위를 앞세우고 밀고 들어와도
당신의 지붕에 쌓인 가을은 한동안 밀어내질 못할 거예요.
겨울이 와도 당신에겐 가을의 끝자락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거죠.
우리는 그저 가을을 스치며 지나가지만
매년 이맘 때쯤 당신의 집에선
가을이 노랗게 창문을 두드리며 당신을 찾고,
또 지붕엔 가을이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쌓여가요.
나는 그저 바라만 보며 부러운 눈길로 스쳐지나 가는
바로 당신의 가을이예요.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1월 2일 남한산성에서

17 thoughts on “가을의 노크

    1. 온통 가을 정취인데 어디 바깥에 안나가시나요.
      전 꼼짝없이 일해야 하는 처지예요.
      전처럼 멀리 관악산이 보이는 방이라면 문열고 가을을 불러도 냉큼 올텐데 말이죠.

  1. 노란 은행잎이 귀여운 유치원생같아요.^^
    낙엽을보니 더 춥게느껴지네요.
    오늘밤 우리집 보일러기름 바닥났어요.ㅎ
    한겨울에도 보일러를 잘 안켜는 편이라
    눈딱감고 전기장판 안켜려구요.

    추워지면 나무보일러가 그립습니다.
    추위 무지많이 타는데 기름값이 너무 무서워 덜덜 떨리거든요.ㅋ
    바람이 안드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네요.
    지하철 차가운 바닥에서 신문지 이불삼아 잠드는 사람도있으니..

    1. 전 추운 걸 싫어하는 편이라 사실 겨울 무지 싫어하는데…
      우리집도 구옥이라 바람이 많이 들어와서 forest님도 겨울을 제일 싫어해요. 올겨울 따뜻했으면 좋겠네요.

    2. 그래도 이집은 웃풍이 없어서 다행이예요.
      우리 복둥이 애기 때 살던 집은 사방이 창문이어서
      얼마나 추웠는지 몰라요.
      촛불 켜놓으면 꺼질정도로 웃풍 심해서
      카페트를 커튼데신 사용했거든요.
      그 때생각만해도 으실으실…

      두 분이서 지리산에 한 번가보세요.
      예전에 이사빛님 카페에서 보았는데
      지리산 어느 산장(?) 찻집(?)엔 아궁이에
      군불 땐 방에서 잘 수있다더군요.
      주인장께서 제게 식구들과함께 꼭 놀러오라고했는데
      그 곳 이름이 갑자기 생각안나네요.

      저는 황토로 집짓고 아궁이도 만들어 불 때면서 살고싶어요.
      언제가될지 모르겠지만 저희집 지으면
      제가 두분과 꽃경내님 초대할게요.
      따끈따끈 아궁이에 불도 지피고 고구마도 구워먹고
      언양 불고기도 맛보구요.

      생각만해도 행복해지네요.^^
      올 겨울은 유난히 건조하다네요.
      피부보습제 자주 발라주세요.

    3. 오늘밤엔 업뎃을 못했어요.
      컴터가 망가져서 이제 겨우 고쳤거든요.
      사진 파일도 다 없어져서 찾아봐야 해요.
      내일이나 새로운 글 올릴 수 있을 듯.
      좋은 밤 되세요.

    1. 하루 종일 컴퓨터랑 씨름했어요.
      뭐좀 새로운 거 써볼려고 업그레이드하다 엉망진창이 되서 완전히 새로 깔았네요. 허무해… 하루 날렸어요.

      하루 종일 산으로 들로 쏘다니고 싶어요. 노란 은행잎이랑 바람을 따라다니며…

  2. 햇살이 참 좋은 오후예요.
    나갔다 들어오면서 가을빛 가득한 나무들에 또한번 행복했어요.
    창문을 열면 예쁜 나뭇잎하나 날아들어오는 그런집이었음 좋겠네요.^^

  3. 저 사진을 보니까 저희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가 생각 나네요.

    오늘 아침 창 밑에 나뭇잎이요
    옹기종기 웅크리고 모여 앉아서
    어제 저녁 바람은 쌀쌀했다고
    재잘재잘재잘 하면서 발발 떱니다 ♪

    은행잎의 노크소리가 들리는 듯 해요.

  4. 안녕하세요. 불쑥 이렇게 비밀댓글을 달아서 죄송합니다.
    저는 그녀님 혹은 도루피님의 블로그를 종종 방문하는 jeongism블로그의
    김 정희라고 합니다. 그녀님의 블로그를 통해 자주 뵙긴 했는데, 댓글을
    남기는 것은 처음이네요. 저는 현재 런던정경대에서 미디어학과 박사 과정에 있고, 블로그 사용에 관한 논문을 작성중에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혹시 괜찮으시면 제가 이메일을 통해
    질문을 세가지 정도만 드려도 괜찮을까 해서요. 문득 김동원님은
    오마이뉴스 블로그 공간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가 궁금해졌습니다.
    실제 오마이뉴스를 사용하시는 분과 유용한 비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찮으시면 쪽지(혹은 이메일)이나 댓글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이메일은 jeongism@yahoo.com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김 정희 드림.

    무례했다면, 미리 정중히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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