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과 단풍잎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11월 29일 양수리에서


꽃과 달리 잎은
마치 햇볕의 그릇 같다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또 물을 담아놓는 그릇이기도 합니다.
아래로는 뿌리로부터 물을 길어올리고,
또 위로는 태양으로부터 햇볕을 받아두니까요.
그러니까 꽃은 꽃송이에 자기 삶을 담는데 반해
나뭇잎은 한여름내 그 잎에 물과 햇볕을 가득담고
그 둘을 반죽하여 나무를 키운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그러다 그 일을 멈출 때쯤
가장 예쁜 색으로 물들어 지상으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낙엽에 깃든 색을 보면,
그게 여름내 담아둔 햇볕의 색깔같다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햇볕을 잘 저며두면 그런 색깔이 나지 않을까 싶어지는 거죠.
벤치에 올려놓고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노라니
한여름내 일하며 틈틈히 빛을 저며 만들어낸 그 색깔있는 그릇에
오늘은 빛이 투명하게 고여있었습니다.
마치 투명한 물을 한 컵 마셨을 때처럼
가슴에 투명한 가을이 가득차는 느낌이었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11월 29일 양수리에서

14 thoughts on “햇볕과 단풍잎

  1. 핑백: Rosemary
  2. 컴 때문에 고생하셨나봐요.
    이틀 연장 신데렐라가 지각하시는 걸 보니 보통 일이 아니신가봐요.
    사람이 참 어찌나 짧은 시간에 관성의 법칙에 젖어드는지….
    일단 여기 들어오면 제목 보고 올리신 시간을 확인하게 돼요.
    00:00
    이게 보이면 음, 딱 맞게 올라왔구나…
    이러고는 글을 읽는다니까요.ㅎㅎㅎ

    가끔 12시가 넘도록 컴 앞에 앉아있는 날이면 ‘어! 12시 넘었네. 1빠로 한 번 가 볼까?’ 하면서 들어오기도 하고요.

    저 번에 창문 밑 나뭇잎 노래를 어제 애들이 부르면서 놀고 있는 거예요.
    얼른 동영상 찍었는데 조만간 올려서 트랙백 쏴봐야요.ㅎㅎㅎ

    1. 결국은 옛날 시스템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컴퓨터를 인터넷 서버로 쓰다보니 여간 복잡한 게 아녜요. 근데 아직 옛날로 제대로 돌아가질 못하고 있어요. DB가 말을 듣질 않아요. 이제 일단 그냥 일해야 할 듯.

  3. 119 시간, 신델렐라 시간 넘기고
    올라온 글 시간에서 다급함을 끼워맞춰봅니다. ㅋ
    단풍이 아래까지 거의 다 내려왔어요.
    노랗거나 발갛게 또는 주황빛으로.

    1. 이제 겨우 정상화되었어요.
      아직 서버는 DB가 안되서 애먹고 있는 중.

      올해는 단풍의 색깔이 너무 화려해요. 두해 전에도 그랬거든요. 시간나는 대로 근처의 산이라도 나가서 맘껏 누려요.

    2. 주말에 오랜만에 섬으로 여행을 떠날듯해요(자랑해야지, 훗)
      ♧ 전해주신 말씀 좋으세요, 이런 댓글보니 더욱 두분 만나 수다떨고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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