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는 잘 맞질 않는다. 계속 어긋남을 반복하는 것이 우리 사이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 신기하지 않은가. 우리 둘은 이렇게 어긋나면서도 수십 년간 찰떡같이 붙어 이 벽을 함께 지탱해왔다. 결혼해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 둘 같다. 어긋나고 삐걱대면서도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간다. 결혼이란 사랑을 속삭이며 살아가는 달콤한 일이 아니라 둘이 함께 거대한 벽을 지탱하는 일이다. 그렇게 지탱하는 벽 아래서 안전하게 삶이 이루어진다. 사실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사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