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잠 4

Photo by Kim Dong Won
2024년 4월 27일 우리 집에서

고양이 녀석이 잠을 잔다. 그냥 자는 것이 아니라 내 잠자리를 점거하고 잠을 잔다. 방법은 간단하다. 잠자리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베개를 베고 눕는 것이다. 고양이의 체구는 작지만 그러면 고양이 주변으로 아무리 공간이 많이 남아있어도 내가 몸을 눕히기에는 어디나 자리가 좁다. 나는 잠자리를 모두 잃고 만다. 도대체 왜 저러는 것일까. 낮이고 밤이고 잠만 자는 것 같은데 잠자리를 넓게 점거하고는 잠자리만큼 넓은 꿈속을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을 활보하며 살던 길거리 시절을 생각하면 집안은 꿈속이 아니면 뛰어다닐 곳을 찾을 수 없는 좁디 좁은 곳일 수 있다. 다행이 밤에는 점거를 푼다. 밤이 되면 나는 잃었던 잠자리를 되찾는다. 점거는 하지만 밤에는 돌려준다. 미움받기 딱 좋은 습성이나 놀랍게도 사랑받으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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