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 버드

Photo by Kim Dong Won
2024년 4월 28일 경기도 하남의 미사리 호수공원에서

다리는 밤마다 빛의 날개를 펴고 호수의 건너편으로 날았다. 브리지 버드라고 불리었다. 사람들은 새의 등에 타고 호수의 건너편으로 갈 수 있었다. 호수 건너편엔 아파트들이 불을 밝히고 등대처럼 서 있었다. 길을 잃을 염려가 전혀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가 밤마다 등대처럼 반짝이는 그 아파트에 살고 싶어 했다. 그렇다고 새의 등을 빌려 걸어가는 밤길이 아름답기 때문은 아니었다. 이유는 단 하나. 그 아파트가 비싼 아파트였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면 아파트를 등대처럼 밝히고 있는 빛은 아파트의 가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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