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날 그녀와 함께 서해안의 웅도에 놀러갔다 왔다. 서해대교를 넘어가야 갈 수 있는 섬이다. 인기 높은 곳은 예외없이 인가들이 사라지고 펜션이 빼곡히 점거를 하기 마련인데 아직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는 않은 모양인지 섬의 인가들이 옛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펜션은 좋은 휴식 시설이라기 보다 휴식의 욕망으로 섬을 점거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아무 것도 없이 인가만 한두채 있을 때 섬을 가는 우리의 마음이 오히려 여유롭다. 그래서 좋았다. 기다렸다 노을을 보고 갈까 싶었지만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아 물이 나가는 갯벌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왔다. 서해안고속도로와 외곽순환을 이어탄 뒤 서하남을 빠져나와 거의 집에 도착했을 때 시간이 저녁 때가 되어 있었다. 그때 길의 서쪽 편에 노을이 걸렸다. 노을이 서울까지 따라올 줄은 몰랐다. 안보고 가는 서운한 마음을 짙은 하늘색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색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저녁 노을의 서운했던 마음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매연이 매캐한 도시로 다시 돌아왔지만 집으로 가는 동안 바닷가에서 마음껏 호흡했던 짭쪼롬한 바다 내음이 나는 듯 했다. 나는 바다를 버리고 도시로 돌아왔지만 바다는 찾아왔던 사람이 돌아가도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차속에서 차를 따라 도시까지 달려온 바다의 노을을 배웅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