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가 청담대교를 건넌다. 건너는 동안 한강을 구경한다. 가장 가까이 보이는 다리는 영동대교이다. 비가 내릴 때, 이곳에 가서 비내리는 영동교를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뒤로 살짝 얹힌 듯 보이는 다리는 성수대교이다. 성수대교까지 가면 북단으로 서울숲이 있다. 남산 타워도 보인다. 가까운 오른쪽 한강변은 뚝섬 유원지이다. 집에서 여기까지 걸어간 적도 있었다. 영동대교 한가운데 전망대가 있어서 해지는 풍경을 조망하기에 좋다. 짧은 시간이지만 곳곳에 기억이 있으면 강을 건너는 열차 속에서도 볼만한 것들이 많다. 아마 누군가는 또 이 사진을 보며 이곳에 얽힌 추억을 꺼내들지도 모른다. 평범해 보이는 세상 풍경 속에 우리의 기억이 흩어져 있다. 우리는 때로 우리의 기억을 구경한다. 아니, 우리의 기억을 찾아 예전에 갔던 곳을 일부러 찾아가기도 한다. 풍경에 담아놓은 하루가 훗날 걸음하면 우리에게 기억으로 이루어진 풍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