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나가 동네에 새로 생긴 햄버거집 버거리에서 햄버거 두 개를 사고 그녀의 사무실에 가서 같이 점심을 먹었다. 점심 뒤에는 한강까지 걸어가 광진교를 넘고 아차산으로 올라가 숲길을 산책했다. 날이 흐려 오히려 걷기에 좋았다. 나무 데크가 깔린 걷기 편한 길의 끝에서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 아차산을 내려왔다. 그렇지만 내려오니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높이를 높인 건물들이 시야를 막는 도시에선 골목에 서면 길을 잃고 만다. 밤바다에서만 길을 잃는 것이 아니다. 도시는 어디에서나 길을 잃기 쉽다. 건물들이 시선을 막는 도시에선 어디로도 방향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나침반에 의지하듯 주머니에서 아이폰을 꺼내고 지도앱을 연다. 아차산역으로 가야 한다. 주변에 있는 건물의 위치를 파악하고 길의 방향을 가늠한다. 소망할인마트가 있고 세븐일레븐이 있는 자리에서 길은 다섯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지도앱은 큰길을 놔두고 소망할인마트 앞의 작은 길로 가면 곧장 아차산역이라고 알려준다. 저 골목이다. 골목을 걸어 역을 무사히 찾아갔다. 중간에 아이와 함께 가는 아주머니를 보고 그들을 따라 잠시 길을 바꾸었다. 큰길로 가는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동네 사람들만 아는 지름길이 나왔다. 지도앱을 나침반 삼고 동네 사람들을 눈치로 살피면서 도시의 골목을 항해하는 시절이다. 뻔히 아는 곳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골목에서 지도앱을 나침반 삼아 잠시 항해의 시간을 갖는다. 나름대로 재미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