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봄, 노란 가을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4월 21일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길이 하얗습니다.
잔설이 내린 것이냐구요.
그런 것은 아닙니다.
벚꽃이 지면서 눈처럼 길을 덮었더군요.
그 길을 밟고 지나갔던 봄의 기억은
하얀 채색으로 남았습니다.

가을의 기억을 들추어 보았더니
나는 어느 해 가을 춘천의 소양댐에 올라갔다
걸어서 그 길을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그 길의 한쪽으로
은행잎이 노랗게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노랗게 흐르는 은행잎을 눈앞에 두고
길옆에 한참 서 있다가 왔습니다.
그해 가을은 내게 노란 채색으로 남았습니다.

아마도 봄은 따뜻함으로 오고
또 가을은 쓸쓸한 느낌으로 갔겠지만
어느 해의 봄과 가을은
내 기억에 하얀색과 노란빛으로 남았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4년 11월 9일 춘천의 소양댐 올라가는 길에서

8 thoughts on “하얀 봄, 노란 가을

  1. 동원님 저처럼 솔직하시네요.^^
    경내님 방에 댓글 다신 것 보았어요.
    모임후 사진 공개를 꺼리시는 분들 다 나름대로 이유가있겠지만 좀 그렇더군요.
    저는 사방팔방 얼굴 공개돼도 괜찮은디…ㅎㅎ
    동원님 부부를 빨리 뵙고싶은데 내년이 되어야겠지요?헤~

    1. 뭐, 피치못할 사정이 있겠지 하고 이해해 주는 수밖에요.
      실제로 비밀을 유지해 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구요.
      그냥 모임이 좋아보여서 한마디 한 거 였어요.

      제가 일을 마쳐야 놀러가는데 일하기가 싫어서 자꾸 딴짓을 하다보니…

    1. 꽃길은 당분간 좀 어렵고
      대신 낙엽길을 바삭바삭 걸으세요.
      그리고 조금 있다가 눈오면
      눈길을 뽀드득 뽀드득 걸어요.
      엄마한테 혼나지 않는다면
      비내리는 날 비에 젖은 길을 차박차박 걸어도 돼요.

  2. 하얀길을 정겹게 걸어가는 저들의 앞모습이 보고 싶어 지는군요.

    노란색 가을… 또 빨간색 가을…
    낙엽들의 대화가 떠오르네요^^::

    1. 앞모습을 보고 있으면 뒷모습이 궁금하다는 생각이 안드는데 이상하게 뒷모습은 앞모습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다음에는 뛰어가서 앞모습도 찍어놓거나 미리 앞모습을 찍은 다음에 뒷모습을 찍던가 해보겠습니다.

  3. 처음부터 봄사진인줄 알았어도 저 위의 사진을 보며 쓸쓸함이 느껴졌을까요?
    제목에 ‘봄’ 이 있는데도 첫사진을 보면서 초겨울의 느낌을 받았어요.
    자세히 보면 새잎이 돋아나기도 했는데요.

    겨울은 저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얄팍한 사람한테는 참 힘든 계절인 것 같아요.
    초록잎과 꽃….이런 살아있는 것들이 눈에 보여야 생동감이 느껴지는데
    생명이 모두 땅 속과 나무 가지 깊은 곳으로 숨어버리는 겨울은 눈에 뵈는 게 없어서…
    ^^

    1. 의외로 여름에 산에 가면 온통 시야가 가려서 답답한데 겨울에 산에 가면 나무 사이로 시야가 트이기 때문에 좋았던 느낌이예요.
      계절마다 좋은 점이 있는 듯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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