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장미의 갯수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6월 7일 경기도 일산의 호수공원에서

우리에겐 가끔 수없이 많은 장미가 필요할 때가 있다. 장미의 갯수로 사랑을 대신하려 할 때 그런 일이 생긴다. 장미는 셀 수 있으나 사랑은 셀 수 없다. 때문에 사랑은 셀 수 없는 명사이다. 가끔 사랑에 대해 작고 크다를 말하기도 하지만 작다고 사랑의 함량이 부족해지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느 순간 사랑을 셀 수 있는 명사로 착각한다. 그 착각이 사랑을 담아 내미는 장미의 갯수로 사랑의 크기나 양을 가늠하려는 오류를 부른다. 수많은 장미는 그 오류의 결과이다. 때로 어떤 오류는 그 오류로 산출된 결과의 뿌리를 뒤흔든다. 마치 불법하게 수집된 증거가 증거 능력을 잃는 경우와 비슷하다. 사랑을 장미의 갯수로 셀 때 그렇다. 그때 우리에겐 사랑이 남는 것이 아니라 장미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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