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별장

Photo by Kim Dong Won
2024년 6월 8일 경기도 이천에서

친구가 이천에 별장을 지었다. 놀러갔다 왔다. 친구는 별장을 하나 갖는 것이 꿈이었지만 나는 별장 가진 친구를 갖는 것이 꿈이어서 그가 별장을 지어 꿈을 이루는 순간 내 꿈도 동시에 이루어졌다. 친구는 자신은 주말에는 항상 별장에 내려와 있을테니 아무 때나 연락하지 않고 와도 된다고 했다. 별장을 짓기까지의 얘기를 길게 들려주었다. 집을 하나 짓기에 충분한 시간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길었다. 스페인에 놀러갔을 때 마음에 드는 예쁜 집을 보았고, 그와 비슷한 집의 설계를 보았을 때 주저없이 그 집을 골랐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친구 별장의 정원을 스패니시 가든이라 명명해 주었다. 나는 요즘은 작가들에게 지방 자치 단체나 문학 단체에서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며 그런 작가를 상주작가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 별장도 집필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나는 친구에게 가끔 여기서 김동원이가 머물며 집필을 했다고 하면 집의 가치가 하늘 모르고 치솟을 거라는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친구는 그럼 이 집에 와서 상주작가를 하라고 했다. 나는 친구의 말에 재빨리 상주작가에게는 거처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비도 준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그때부터 친구가 그에 대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중요한 점은 내가 가끔 친구에게 빌붙어 꿈을 이룬다는 것이다. 어떤 친구가 별장의 꿈을 이루는 순간, 내 꿈도 이루어진다. 나는 친구 별장이 곧 내꺼라고 생각하고 있다. 별장을 갖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나 나는 가끔 그런 꿈을 누군가의 꿈에 빌붙어 아주 쉽게 이루며 살고 있다. 내가 그런 귀한 친구들을 많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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