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이천에 별장을 지었다. 놀러갔다 왔다. 친구는 별장을 하나 갖는 것이 꿈이었지만 나는 별장 가진 친구를 갖는 것이 꿈이어서 그가 별장을 지어 꿈을 이루는 순간 내 꿈도 동시에 이루어졌다. 친구는 자신은 주말에는 항상 별장에 내려와 있을테니 아무 때나 연락하지 않고 와도 된다고 했다. 별장을 짓기까지의 얘기를 길게 들려주었다. 집을 하나 짓기에 충분한 시간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길었다. 스페인에 놀러갔을 때 마음에 드는 예쁜 집을 보았고, 그와 비슷한 집의 설계를 보았을 때 주저없이 그 집을 골랐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친구 별장의 정원을 스패니시 가든이라 명명해 주었다. 나는 요즘은 작가들에게 지방 자치 단체나 문학 단체에서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며 그런 작가를 상주작가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 별장도 집필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나는 친구에게 가끔 여기서 김동원이가 머물며 집필을 했다고 하면 집의 가치가 하늘 모르고 치솟을 거라는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친구는 그럼 이 집에 와서 상주작가를 하라고 했다. 나는 친구의 말에 재빨리 상주작가에게는 거처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비도 준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그때부터 친구가 그에 대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중요한 점은 내가 가끔 친구에게 빌붙어 꿈을 이룬다는 것이다. 어떤 친구가 별장의 꿈을 이루는 순간, 내 꿈도 이루어진다. 나는 친구 별장이 곧 내꺼라고 생각하고 있다. 별장을 갖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나 나는 가끔 그런 꿈을 누군가의 꿈에 빌붙어 아주 쉽게 이루며 살고 있다. 내가 그런 귀한 친구들을 많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