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해운대 바다

Photo by Kim Dong Won
2024년 7월 14일 부산 해운대에서

빗줄기가 굵은 해운대의 아침이었다. 바다는 멀리 반듯하게 수평을 그어 균형을 잡고 있었다. 파도는 멀리 놓인 수평에 맞추어 또 하나의 수평을 해변에 그었다. 해변의 수평은 긋고 지우고가 반복되었다. 빗속에서 그 비를 마다 않고 파도를 타는 서퍼들이 그 수평을 연신 수직으로 자르며 지나갔다. 바다는 서퍼들이 잘라낸 수직의 흔적을 곧장 바닷물로 덮어 지워버렸다. 우산을 쓴 사람 하나가 파도의 수평에 맞추어 평행으로 걸음을 찍으며 천천히 수평으로 지나갔다. 빗줄기는 수평으로 움직이는 우산과 수직으로 미끄러지는 서핑보드 위, 어디에나 수직으로 떨어졌다. 수평과 수직이 촘촘하게 교차하는 아침 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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