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가 굵은 해운대의 아침이었다. 바다는 멀리 반듯하게 수평을 그어 균형을 잡고 있었다. 파도는 멀리 놓인 수평에 맞추어 또 하나의 수평을 해변에 그었다. 해변의 수평은 긋고 지우고가 반복되었다. 빗속에서 그 비를 마다 않고 파도를 타는 서퍼들이 그 수평을 연신 수직으로 자르며 지나갔다. 바다는 서퍼들이 잘라낸 수직의 흔적을 곧장 바닷물로 덮어 지워버렸다. 우산을 쓴 사람 하나가 파도의 수평에 맞추어 평행으로 걸음을 찍으며 천천히 수평으로 지나갔다. 빗줄기는 수평으로 움직이는 우산과 수직으로 미끄러지는 서핑보드 위, 어디에나 수직으로 떨어졌다. 수평과 수직이 촘촘하게 교차하는 아침 바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