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나가 사람을 만났다. 짧지만 걷는 길이 잠시 숲이다. 한 때는 나무들을 몰아내고 건물들을 빼곡하게 채우더니 이제는 건물들을 뒤로 물려 나무의 자리를 내준다. 여름을 푸르게 채색한 뒤 녹빛의 잎에 걸러 커피처럼 그늘을 내리는 나무들이 걷는 동안 우리의 걸음과 함께 해준다. 걸음을 멈추고 잠시 나무를 올려다 본다. 나무를 올려다보는 이 짧은 시간이 일로 빼곡하게 채워진 하루에 완벽한 날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게 해줄 수도 있다. 때로 삶의 완벽이 길에 내준 자리에서 올려다본 나무에게서 온다. 오랜 일끝에서 얻은 잠깐의 휴가가 삶의 포트폴리오를 완벽하게 구성해주듯 사무실 문을 나가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 길에서 만나는 나무와의 시간이 하루를 완벽하게 구성한다. 나는 만난 사람과 그 시간에 맥주 한 잔을 곁들였다. 나무숲의 끝에 자리한 시네큐브에서 <퍼펙트 데이즈>라는 빔 벤더스의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 날이었다. 영화 속에선 도쿄에서 화장실 청소를 하며 살아가는 한 남자가 점심 시간에 공원에서 혼자 점심을 먹으며 나무를 올려다보곤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