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빠름과 나의 늦음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7월 27일 집으로 오는 우리의 차안에서

어느 날 밤늦게 그녀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녀가 말한다. “강변북로가 퇴근 시간에는 엄청 막혀. 차라리 좀 더 일하다가 지금처럼 늦게 가는게 나. 이렇게 가는게 훨씬 빨라.”
내가 말한다. “무슨 빠르기는. 아무리 막혀도 지금처럼 늦기야 하겠냐.”
그녀가 또 말한다. “무지 막힌다니까. 정말 굉장히 늦어.”
내가 또 말한다. “아, 그러니까, 막히는 걸 누가 몰라. 그래도 아무려면 지금처럼 늦기야 하겠냐 이거지. 지금 시간이 벌써 열두 시가 넘었는데. 우리는 이미 엄청 늦었는데 뭘 그래.”
그녀는 막힐 때 집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고 있었고 나는 막히거나 말거나 집에 도착하는 시간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막히면 일찍 도착해도 늦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나는 어쨌거나 퇴근 시간에 나간 사람들이 늦게 도착해도 우리보다는 빨리 도착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늦었는데도 빨리가고 있었고 나는 이미 늦었는데 뭐가 빠르다는 것인지 갸우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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