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나무는 도깨비도 아니면서 작은 도깨비 방망이를 수없이 갖고 있다. 그렇지만 도깨비 방망이로 금나와 와라 와라 뚝딱, 은 나와 와라 와라 뚝딱, 거리며 금은을 욕심내지 않는다. 산딸나무가 매일 작은 도깨비 방망이로 지나는 바람을 두드리며 꿈꾸는 것은 가을이다. 방망이를 뚝딱거릴 때마다 지나는 바람이 조금씩조금씩 가을에 물들어 기어코 세상 어디에나 가을이 오며 그때쯤 방망이는 붉게 바뀐다. 아침이 어제보다는 조금 시원해진 것 같았다. 어제 밤에 내린 빗줄기 탓이라고 했지만 나는 어디선가 가을을 뚝딱거리며 바람을 두드리고 그러다 방망이마저 가을에 물들게 되는 산딸나무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