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의 술자리

Photo by Kim Dong Won
2016년 10월 11일 서울 도봉구 창동에서

아는 사람들과 모여 술을 마셨다. 삼겹이 나타나 슬그머니 술자리에 끼더니 날씨가 춥다며 불판 위에 몸을 눕혔다. 궁금해서 내가 물었다. 그래 그러고 있으니 어때? 삼겹이 말했다. 몸이 자글자글 녹아. 우리는 나중에 삼겹을 입에 물고 난 뒤 그 맛을 알게 되었다.
한참 몸을 녹이고 있던 삼겹을 두고 우리들은 걱정에 빠졌다. 타지 않을까? 누가 말했다. 그냥 내버려둬, 뜨거우면 지가 몸을 뒤집겠지. 몸을 뒤집어준 것은 결국은 술집 아주머니였다. 삼겹의 뜨거움은 삼겹이 아는 것이 아니라 술집 아주머니가 알고 있었다.
뒤집은 몸을 일행 중 하나가 모로 세웠다. 왜 그건 또 모로 세워? 내가 물었다. 일행 중 하나가 답했다. 옆구리가 시리잖아요? 일행 중에 커플이 있었다. 커플이 팔짱을 끼며 그리 말했다. 옆구리가 시리면 커플을 구해야 하는데… 따로 커플이 없었던 일행이 셋이나 있었던 우리는 할 수 없이 일인분 더 시켰다. 삼겹은 일인분이 왔지만 세 명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다섯의 우리는 이러면서 삼겹을 굽고 술을 마셨다. 삼겹은 술자리의 좋은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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