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2일 수요일, 창덕궁을 찾은 길에
난생처음으로 능수벚꽃을 보았다.
흔하게 보던 벚꽃과 달리 가지를 머리카락처럼 늘어뜨리고
그 올올마다 꽃으로 장식을 하고 있었다.
나의 발길을 그 밑에 한참동안 붙들어 두기에 충분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꽃을 그냥 아름다운 것으로 스쳐 지나간다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다.
그래서 능수벚꽃으로 사랑 연서를 엮었다.
사랑의 기억이 오래가듯이
이렇게 사랑 연서 속에 엮어 놓으면
능수벚꽃의 아름다움이 더 오래갈듯 여겨졌다.
나는 궁에 살았죠.
그곳은 같은 땅위에 있으면서도 땅이 아닌 곳.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궁은 담장 밖과 높이를 달리하죠.
궁은 말하자면 같은 땅위에 있으면서
높이를 달리하는 곳.
그곳은 높고 화려한 곳.
나는 바로 그곳에서 살았어요.
그곳은 땅위에서 살면서도
발에 흙이 묻지 않는 곳이었어요.
나는 봄이면 꽃을 피워올렸죠.
알고 보면 그 꽃은 땅으로부터 온 것이었지만
그러나 피고 나면 그 꽃은 땅의 것이 아니었죠.
나의 꽃은 하늘에 받쳐진 꽃이었죠.
하늘에선 내려보지만
땅에선 올려다 볼 수밖에 없었죠.
땅에서 그 꽃은 아득하기만 했죠.
내가 높이를 키울수록
나는 땅과는 점점 더 멀어졌죠.
게다가 나는 나의 그 큰 키에
발돋음을 보태어
하늘에 더 가까워지려 했어요.
그렇게 내가 높이를 키웠을 때
나의 시선을 채운 것은 온통 하늘이었어요.
그때면 마치 내가 하늘이 된 것 같았어요.
나는 땅을 버린채 그렇게 하늘이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죠.
내 몸에 정반대의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내가 오직 위만 보며 하늘로 높이를 키울 때
내 몸의 줄기는 높이를 버리고
땅으로 시선을 두었어요.
그리고는 땅으로 몸을 낮추었어요.
나는 담장을 지나
흙냄새가 코끝에 완연할 정도로
아주 낮게 몸을 낮추었죠.
나의 몸은 아예 땅으로 내려가
땅에 눕고 싶어 했어요.
아마도 지금쯤 그대는 눈치채었을 거예요.
내가 왜 높이를 버리고
땅으로 가려했는지.
맞아요.
그곳이 바로 그대가 사는 곳이었으니까요.
나는 모두가 들어와
높이를 가지려 하는 이 곳의 높이를 버리고 싶었어요.
나는 그저 담장 너머 그대의 땅으로 가고 싶었죠.
그렇게 하여
결국 나는
담장을 넘고 말았어요.
그대가 있는 곳을 향하여.
나는 알고 있어요.
내가 높이를 키우면
하늘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그러나 그곳에 이르면
나는 있지만 그대는 없어요.
이 봄,
나는 또 다시 그대에게 갈 거예요.
알고 보면
내가 높이를 키운 건,
순전히 담장을 넘어 그대에게 가기 위한 것이었어요.
나는 폭포수처럼 쏟아지며
그대의 가슴으로 갈 거예요.
그러니 그대,
올봄에도 이 담장 아래로 찾아와
그대의 가슴을 활짝 열어놓아요.
이렇게 매년 그대의 가슴으로 가다보면
언젠가 그대의 땅에서 그대와 함께 살 수 있을 거예요.
그게 바로 나의 꿈이죠.
높이를 얻은 화려한 하나의 나보다
궁핍하고 낮은 사랑의 우리 둘이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니까요.
10 thoughts on “능수벚꽃으로 엮은 사랑 연서 – 창덕궁에서”
저는 창덕궁에 4월 5일에 갔었는데, 그땐 진달래와 개나리만 피었었다죠. ^-^
꽃이 만개한 능수벚꽃을 보지를 못했네요. 아~ 아름답네요. 😉
꽃은 아마도 오늘이나 내주 초가 절정이지 않을까 싶어요.
다음 주 수요일쯤 강화도에 있는 고려산에 갈 계획이예요.
어제 남산에서 찍은 벚꽃 사진 정리해야 하는데 오늘 너무 바쁘네요.
오~ 버드나무 같은 벚꽃은 처음봐요.
저기 담장에 걸쳐진 능수벚꽃 너무 이뻐요.
구경가야겠다~
좀 불편한 점이 있는데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가 없어요.
사람들 대열을 벗어나면 어디선가 공익이 나타난다는…
또 정해진 시간(80분) 동안만 관람을 해야 하구요.
저는 두번 돌았어요.
입장 인원도 제한이 있구, 한꺼번에 모아서 들어가요.
저는 카메라 때문인지 닫힌 문을 열어주며 앞쪽에 들어간 사람들 빨리 따라가라고 편리를 봐주더군요.
나중에 알았는데 사진 촬영은
허가를 받을 경우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데
대신 4만원의 촬영비를 내야 한다고 하더군요.
아~ 넘흐 예뻐요~(=+ㅁ+=)
궁에서 보는 느낌이 또 다른데요??아..당장이라도 창덕궁으로 사진찍으러 가고싶네요
사진 한장한장마다 글귀들이 너무 좋네요..
정말 능수 벚꽃나무가 얘기 해주는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그림이 보통이 아니시던걸요.
사진이 쑥스러울 정도로…
아..능수벚꽃이었군요.
이곳에도 벚꽃길이 꽤 있는데 저 능수벚꽃나무가 몇그루 있어요.
버드나무 늘어진것처럼 꽃줄기가 늘어진게 참 이쁘던데.^^
인터넷에서 찾아봤더니 수양올벚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더군요. 수양올벚나무가 정식 명칭 같아요. 사람들은 모두 능수벚꽃이라고 부르더군요. 요것도 예뻣지만 진달래도 상당히 예뻣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