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세계, 이 시대의 민주주의

Photo by Kim Dong Won
2024년 12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내란 수괴 윤석열 탄핵 집회에서

윤석열 탄핵 집회에서 에스파의 <위플래쉬>와 <수퍼노바>를 들었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는 자주 나왔다. 노래가 나오면 젊은 세대가 무대 아래로 나와 춤을 추었다. 춤은 가끔 격렬해지곤 했다. 신나고 즐거운 춤이었다. 춤이 무대 앞을 채우면 앉아있는 젊은 세대가 응원봉을 흔들며 환호했다. 이것은 집회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콘서트장이었다. 집회에 온통 즐거움이 가득했다.
80년대를 가장 빛나는 20대의 청춘으로 가졌던 내게 민주주의는 때로 목숨을 담보로 싸워서 얻어야 하는 비장한 것이었다. 실제로 목숨을 잃은 이름들이 있다. 그 이름 중에 박종철과 이한열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대를 2, 30대로 사는 젊은 세대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민주주의는 비장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아니 그들은 비장의 민주주의를 즐거움의 민주주의로 다시 쓰고 있다. 진화의 극에 다르면 민주주의가 그리 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이리라. 그들이 새로 쓰는 이 시대의 민주주의이다.
블랙 핑크의 노래 <포에버 영>을 들을 때마다 노래의 중간에 나오는 “블랙 핑크 이즈 더 레벌루션”이란 구절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이들 아이돌 그룹을 혁명이라고 하는 거지? 나는 매번 의아했다.
하지만 이제 이해가 간다. K-팝은 단순히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 부르는 스타일의 노래가 아니라 혁명이다. 이들은 공연장에서 노래를 부르며 그 시간에 노래만 즐긴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새롭게 배우고 호흡하고 있었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자 그들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새롭게 다시 쓰고 있다. 윤석열 탄핵 집회에서 그 사실을 고스란히 확인한다.
젊은 세대에게 존경을 보낸다. 이들이 다시 쓰는 즐겁고 흥겨운 민주주의의 시간에 동승하여 나도 즐겁고 자유롭게 이 시간을 누려보겠다. 민주주의를 새롭게 쓰는 이 시대의 젊은 세대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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