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의 나라

Photo by Kim Dong Won
2019년 1월 3일 서울 천호동에서

산수유 나무가 지난 해 가을까지 가꾼 열매를 그대로 가지에 매단 채 겨울을 나고 있다. 붉은 열매의 산수유 나무를 올려다 보는데 갑자기 나무가 부러워진다. 풀이나 나무와 같은 식물은 뿌리내릴 땅이 주어지고 비와 햇볕이 있으면 어느 정도의 열매나 삶이 항상 보장된다. 동물들은 그와 달리 항상 움직이며 먹을 것을 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동물인 우리 인간들 또한 치열한 삶의 경쟁을 피할 수가 없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식물과 나무들의 세상이 이상적인 나라는 아닐까. 이른바 식물성의 나라이다. 나도 땅과 햇볕이 주어지고 그 땅에서 큰 어려움없이 살 수 있는 식물성의 나라를 갖고 싶다. 산수유가 뿌리내린 땅을 기본 소득이나 연금의 형태로 보장하는 복지 국가일 것이다. 가끔 인간 세상의 답이 이미 자연에 있다. 동물이지만 식물성의 나라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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