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캐너가 다시 집으로 왔다. 원래 한동안 집을 사무실로 쓰다가 그녀가 바깥에 사무실을 얻어 일을 하게 되면서 스캐너와 레이저 프린터는 바깥의 사무실로 나가 있었다. 프린터는 팩스 겸용으로 장만했던 프린터가 하나 있어 아쉬움이 없었지만 스캐너는 아쉬움이 컸다. 살까말까 몇 번이나 망설였지만 이미 산 엡손 스캐너만큼 좋은 건 비싸서 선듯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았다. 살 때 큰돈 주고 샀었다. 그 때문에 그녀가 다시 집으로 들어왔을 때 가장 반가운 것은 스캐너였다.
내가 스캐너를 반겼던 것은 집안의 책 때문이었다. 자꾸 불어나고 있는 책은 주체하기가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특히 정기적으로 오는 잡지와 계간지들이 공간을 많이 차지했다. 그냥 버리자니 아까워서 어떻게든 대책을 세워야 했다. 원래 내 계획은 책을 모두 스캔을 떠서 하드 디스크에 보관하고 컴퓨터에서 읽어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스캐너가 있어야 했다.
오늘 드디어 잡지 책 한 권을 골라 보관해둘만한 페이지들을 스캔해 보았다. 두 페이지를 한번에 스캔한다. 두 페이지를 jpg 그림 파일로 저장했더니 1MB 정도가 나온다. 200페이지의 잡지라면 한권에 100MB가 소요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500기가의 하드 디스크 하나를 미리 장만해 두었다. 200페이지의 책이라면 5천권을 담을 수 있는 용량이다. 뭐,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스캔해서 보정하고 저장하는 과정은 자동화할 수 있을 듯하다. 내가 또 이런 데는 상당히 기술이 능하다. 스캔해보니 스캔 프로그램으로는 VueScan이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