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산책

4월 12일, 창덕궁을 둘러볼 때
한가지 흠이 있었다면
정해진 시간 안에 관람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궁과 달리 창덕궁은
사람들에게 80분의 시간밖에 주질 않았다.
결국 나중에 들어오는 사람들에 묻어
두 바퀴를 도는 것으로 해결하긴 했지만
고궁은 그렇게 둘러보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오후 시간엔 바로 옆의 창경궁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역시 관람이 아니라 산책이 고궁의 제맛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창경궁의 하늘은 내가 지킨다.

Photo by Kim Dong Won

하늘이 지킬게 뭐가 있어.
그런 건 독수리 5형제에게 맡겨.
지키려면 땅을 지켜야 해.

Photo by Kim Dong Won

하늘이든 땅이든 잘 지켜라.
나는 여기서 올해 살림살이 차릴테니.

Photo by Kim Dong Won

문 속에 문이 있었다.
사각형 속에 또 사각형이다.
갑자기 겹쳐진 그 두 문이 소리를 내는 느낌이다.
바로 요렇게.
사각사각.

Photo by Kim Dong Won

대감들 도대체 몇 살이시오.
어린애도 아니고 그 나이 먹어서까지
그렇게 줄을 서서 살아야 겠소.
제발 그 줄서는 인생좀 때려 치시오.

Photo by Kim Dong Won

시간의 문.
문의 건너편에 현대가 있고,
문의 이편에 아득한 과거가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문은 나오고 나가는 곳이다.
나오고 나가면 속이 텅빈다.
문은 들어가고 들어오는 곳이다.
들어가고 들어오면 속이 꽉찬다.
텅비면 쓸쓸하고 꽉차면 답답하다.
그래서 문은 들어가고 나가고
또 나오고 들어올 때가 좋다.
그러면 적당히 순환이 된다.

Photo by Kim Dong Won

문안으로 들지 말고
문밖에 서 있어 보시라.
만약 문이 열려 있다면
그 문이 비워준 사각의 공간은
하나의 창이나 화폭이 된다.
창이나 화폭의 남다른 점은
그곳엔 바깥 풍경이
그릇에 담기듯 담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창이나 화폭이 담기면
풍경의 느낌이 남다르다.
그것이 바로 문으로 들지 않고
문밖에 서서 궁을 바라볼 때의 남다른 매력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버드나무는 바람따라 기분이 오락가락이다.
바람이 자면 숙연해지고,
바람이 불면 갑자기 흥을 낸다.
흥, 정말 변덕으로 죽을 끓이고도 남는다.

Photo by Kim Dong Won

노란 봄과 분홍빛 봄이
연못까지 물들였다.
봄은 참 곱다.

6 thoughts on “창경궁 산책

  1. 전 서울살때 비원을 자주 찾았었죠.
    그닥 화려한 건물도 없지만 한적한 뜰이 마음을 끌었거든요.
    정1품 정2품..저곳에 서서 무지 위엄을 세웠을거같아요.ㅋㅋ

    1. 아니, 그렇다고, 그렇게 자책하시면 안되요.
      뭐, 임금이 하루종일 있었겠어요.
      저희들끼리만 있는 시간도 있었겠죠.
      그때는 위엄을 세웠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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