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중독자와 노숙자의 사랑 – 영화 ⟪봄밤⟫

Photo by Kim Dong Won
영화 끝나고 있었던 관객과의 대화
2025년 7월 13일 서울 광화문 시네 큐브

•영화 <봄밤> 봤다. 상영 시간은 오후의 한낮이었고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관을 나서니 여름밤이었다. 목련이 몽우리를 잡고 있는 봄밤에 봤더라면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싶었다.

•영화 <봄밤>에는 알콜중독자인 여자와 노숙자인 남자가 나온다. 알콜중독에서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술에 찌든 삶이며 노숙자는 삶의 실패로 잠잘 곳을 잃어버리고 거리로 내몰린 실패한 인생이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관에 사람들을 가두어 놓고 배우들의 연기로 화면을 채우면서 그 연기의 힘으로 이러한 인식을 뒤집는다. 그렇게 인식이 뒤집히고 나면 알콜 중독은 술에 기대어 삶의 끈을 놓지 않는 삶이 되며 노숙 또한 거리에 기대어 삶의 끈을 부여잡고 끈질기게 살아가는 삶이 된다. 이런 인식의 전복은 사회에선 불가능하다. 그런 전복을 허용할만큼 사회가 그 중독과 노숙에 대해 너그럽질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은 사람들은 영화관에 모으고 영화라는 이름으로 그 작은 공간에서 그런 전복을 꿈꾼다. 작은 곳에선 많은 것이 가능할 때가 있다. 아울러 그 전복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여자와 남자가 보여주는 둘의 사랑이다. 사회가 허용하지 않아도 둘의 사이에선 사랑의 힘으로 그 전복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 중에 그 사랑의 힘을 눈치챈 사람들이 그 전복에 동참한다. 동참한 사람들은 영화에 감동 받는다. 그러면 알콜중독자에게서 삶을 안간힘으로 부여잡는 힘이 술이란 것을 긍정해주게 되고 노숙을 내 곁으로 끌어안을 수 있게 된다. 사랑이란 참 어마무시하다.

•알콜중독자와 노숙자의 사랑을 봤지만 그 분위기 이어가 보자며 거리에서 술을 마시진 않았다. 대신 술이 가진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맥주와 소주를 시키고 맥주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셨다. 상당히 중독자 느낌이 들기는 했다. 어디 편의점에서도 한 잔하고 싶었으나 광화문은 그렇게 술마실 수 있는 편의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영화에 편의점에서 술마시는 장면이 나왔었기 때문이다. 광화문이 영화 <봄밤>의 분위기에 맞는 곳은 아니었다.

•영화 끝나고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 같다. 어제는 좋았는데 오늘은 속이 괴롭다. 알콜중독자와 노숙자의 사랑을 체험해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 하루 종일 고생할 것 같다. 술값도 많이 나왔다. 영화 관람료보다 훨씬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영화 관람료를 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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