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은행나무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7월 30일 우리집에서

아래층 그녀의 사무실 남쪽으로 커다란 창이 나있습니다.
창밖엔 은행나무가 한 그루 서 있습니다.
지나는 사람들 모두가 보고 다니는 은행나무지만
창을 통해 보는 은행나무는 느낌이 좀 다릅니다.
창은 창을 통해 은행나무를 보여준다기보다
창에 은행나무를 담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계절에 따라 창이 담아내는 은행나무는 그 색이 다릅니다.
여름엔 푸른 잎이 무성한 은행나무가 그 창에 담기고
가을엔 그 잎의 색을 노란색으로 바꿉니다.
그러다가 겨울엔 가지만 남기고 투명해 집니다.
바깥에서 은행나무를 볼 때는 가득함은 없는데
창에 담겨있을 땐 창에 은행나무가 가득합니다.
아마도 그 가득한 충만이 창이 주는 독특한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그림도 세상 모든 것들이 가진 그 가득한 충만감을 보여주기 위해
화폭의 경계를 창틀삼아 그 창속에 세상을 담는 것은 아닐까요.
혹시 사진도 세상 모든 것들이 가진 그 가득한 충만감을 보여주기 위해
네모진 사진의 경계를 창틀삼아 세상을 그 속에 담는 것은 아닐까요.
사람들은 말합니다.
마음의 창을 열고 나를 보아달라고.
난 처음엔 그 말을 나의 진실을 알아달라는 말로 이해를 했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건 나를 당신의 마음에 가득 담아달라는 말로 이해가 됩니다.
그냥 맨눈으로 볼 때는 느낄 수 없는 내 존재의 충만함을
마치 창에 담듯 당신의 마음에 담아
말 그대로 마음 가득히 느껴주면 안되겠냐는 호소로 들립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들이 사랑할 땐,
바로 그 마음의 창이 열리는게 분명합니다.
세상의 단 한 사람으로 우리들 마음이 가득차니까요.
창은 사각의 경계 안으로 은행나무를 들이면
다른 것들은 더 이상 그 경계안으로 들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창이 은행나무를 담고 있으면 창은 은행나무만으로 가득해 집니다.
이상한 것은 단 한그루라도 그렇게 창에 담아두면
바깥에서 수많은 은행나무를 마주했을 때보다
더 은행나무가 가득한 느낌이 든다는 겁니다.
게다가 그렇게 창에 담아놓은 은행나무는 아름답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창은 은행나무의 일부로도
얼마든지 가득한 충만함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녀의 사무실, 남쪽으로 난 창은
올해도 여전히 단 한그루의 은행나무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1월 15일 우리집에서

10 thoughts on “창과 은행나무

  1. RSS가 뭔지 어떻게 적용되는 건지 모르겠는데
    일단 동원님 블로그를 RSS 설정해놨습니다.
    이게 어떻게 제대로 설정은 했는지 작동은 제대로 되는지는 일단 두고 봐야겠습니다.
    로그인은 따로 해야 하는건가요? 그렇겠지요?
    아닌가?? 모르겠다 ㅠㅠ

    1. RSS가 사실 복잡한 게 하나도 없어요.
      그 용어 자체가 정말 단순한 배포와 구독이란 뜻이거든요.
      그냥 자신의 블로그에서 RSS 등록만 해놓으면 끝이죠.
      그럼 새로운 글이 올라오면 알 수가 있어요.
      일일이 블로그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게 되버리죠.
      저도 처음에는 일일이 사람들 블로그를 방문했는데 아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그것도 큰 일이어서 결국은 RSS 구독을 하고 새로 글이 올라왔을 때 가보는 식으로 바꾸었어요.
      제 블로그는 일부만 Feeding을 하기 때문에 전체 글을 볼려면 링크를 타고 오셔야 해요.
      처음엔 몽땅 Feeding을 했었는데 방문자가 별로 없어서 유인책으로… 부분만 공개를 하고 있다는… ㅋㅋ

    2. 이제야 rss이해가되네요.
      그냥 ‘구독’이라고 해놨으면 편할 텐데
      왜 영어를 쓰는지..ㅎ

      그럼 매일 관리자홈에 들어가서 rss를 확인해나하나요?
      좀 귀찮긴 하겠네요.^^

  2. 단한그루의 은행나무는 동원님? ㅎㅎ
    새파랗다가 노랗게 물들고
    계절의 색이 형형히 들어오네요.

    오늘까지만 푹 마음 놓고 컴을 하지싶어요.
    새벽 2시차 타고 인천공항 갑니다.
    이제 매일 댓글 못 달아 어쩐대요, 흑흑.

    1. 바깥으로 쫓겨나면 은행나무 앞에 가서 서 있어야지.
      마음에 나를 가득채우라고.ㅋㅋ

      못단 댓글, 나중에 즐겁고 재미난 여행 얘기로 한보따리 안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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