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그녀가 담밑에 담쟁이를 심었습니다.
담쟁이를 심기 전에는
담은 바깥과 안을 가로막는 벽이었는데
담쟁이를 심었더니
담은 길이 되었습니다.
올해 길은 그다지 많이 열리진 못했습니다.
한 서너 뼘 정도 열린 것 같습니다.
가을이 되자 길 여는 걸 멈추더니
약간의 붉은 색을 풀어 그 벽에 가을을 그려놓더군요.
회색빛 벽은 졸지에 가을색이 담긴 화판이 되었습니다.
아마 내년엔 좀더 길이 넓게 멀리까지 열리겠지요.
또 가을 그림도 화판의 회색빛 여백을
좀더 농밀하게 가을빛으로 채울 것 같습니다.
담밑에 담쟁이를 심었더니
담이 길이 되고 화판이 되고 있었습니다.
올해 그녀가 담밑에 담쟁이를 심었습니다.
아주 잘한 일 같습니다.
4 thoughts on “담쟁이와 담”
내년 봄 ‘장미다방’이 다시 문을 열 즈음에는
저 화판에 넝쿨장미랑 담쟁이가 함께 어우러지는 건가요?
장미는 허공에다 그림을 그리던 걸요.
하지만 그림자로 담쟁이의 그림에 동참하지 않을까 싶어요.
담쟁이가 그리는 그림이 계절마다 어떻게 다를지 저도 많이 궁금해요.
담쟁이를 심기도 하는 거였네요. 처음 알았어요.
담쟁이가 내년에는 어느쪽으로 길을 낼지 궁금하기도 하구요.
많이 자란 후에는 창밖으로 보이는 마지막 잎새를 보시면
재미있는 글이 올라올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퇴촌에 사시는 아는 분한테 좀 얻어오고, 서해의 바닷가 갔을 때 좀 캐왔어요. 금방 벽을 뒤덮는다고 하더라구요.